국회입법조사처 '의사 인력' 토론회서 김윤 서울대 교수 주장
"지자체에 의사 양성·배치 권한 넘겨야"
김윤 서울대 교수 발표 |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정부가 19년 만에 의대 입학정원 확대를 추진하면서 전국 의대에 희망 증원 규모를 조사한 가운데, 지역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대학이 아닌 '지역'을 기준으로 의대생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시도별로 부족한 의사 수를 기준으로 삼아 의대 입학 정원을 배정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를 위해 의사 양성과 배치에 관한 권한을 상당 부분 지방자치단체에 넘겨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국회입법조사처와 신동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필수·지역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의사인력 증원,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전문가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와 나백주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 송양수 보건복지부 의료인력정책과장,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교수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김윤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진료권'을 기준으로 지역별로 의사가 얼마나 부족한지를 설명했다.
중진료권 인구 1만명 당 의사 수 |
진료권은 환자가 이용하는 의료에 따라 전국의 의료생활권을 구분하는 개념이다. 상급종합병원 이용 생활권은 대진료권, 병상이용 생활권은 중진료권, 1차의료 이용 생활권은 소진료권이라고 한다.
김 교수는 "전국을 70개 중진료권으로 분류한 결과 진료권별로 인구 1만명당 의사 수 편차가 매우 크고 평균 수준을 맞추려면 의사가 2천500∼4500명 더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의료 접근성이 좋다고 말하지만, 전국을 약 1천500개의 소진료권으로 나눠서 동네 의원에 대한 접근성을 따져보면 인구 1만 명당 의원이 0.2∼2개 이하인 지역이 전체의 20%에 달한다"며 "의사 수가 평균 이하인 소진료권을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의사를 약 5천명 확충해야 한다"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하는 것은 맞지만, 무작정 의대에 정원을 배정하면 대형병원이나 수도권 병원에 환자가 집중되는 현상을 심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정원이 50명 이하인 이른바 '미니 의대'들이 정원을 2∼3배로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 의대들이 실제 허가지인 지역에 있는 병원보다 수도권에 있는 협력·부속 병원의 배에 달하는 병상을 두고 있고, 필수의료과 진료도 더 많이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학이 아닌 지역 간 의료 격차와 의사 수 격차를 근거로 의대 정원을 배분하고, 의료 취약지에 우선 배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진료권 공급 유형간 의원 수 격차 |
예를 들어 강릉은 강원도이긴 하지만 서울보다 사망률이 낮고, 경기도 이천과 여주가 포함된 이천 진료권은 경기도지만 전국에서 사망률이 가장 높은데, 이러한 진료권별 상황을 고려해서 의대 정원을 배정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건강증진기금 중 약 1조원을 지방정부의 필수의료 재정으로 지원해 지역 내 의료 시설과 인력에 투자하는 등 지역 의료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나백주 교수도 "의사 양성과 배치에 관한 상당한 권한을 지자체에 넘겨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며 "지역 완결적 의료가 가능하도록 매년 1조원 이상의 예산을 마련해 지자체의 필요에 맞게 지원하고 중앙정부가 이를 모니터링하는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양수 복지부 의료인력정책과장은 "지난달 말부터 40개 의과대학에 증원 수요조사를 했다"며 "현장의 역량과 과학적·객관적 통계, 정책의 효과성과 지속 가능성을 종합해 의대 입학정원 문제를 차분히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di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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