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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이슈 취업과 일자리

“의사·회계사 대신 AI…취업자 341만명 고용·임금상승률 낮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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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학력·고임금 근로자 AI 노출도 높아…교육·직업훈련 변화 불가피

AI 기술, 소비자 후생 감소·이윤 독차지 우려…“규제해야”

헤럴드경제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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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국내 일자리 중 AI(인공지능) 기술에 대체될 가능성이 큰 일자리가 약 341만개, 12% 정도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주로 화학공학 기술자, 발전장치 조작원, 의학전문의가 AI 기술에 일자리를 뺏길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고, AI 노출 지수가 높을수록 관련 일자리의 고용 비중은 7%포인트, 임금상승률도 2%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은행은 16일 ‘AI와 노동시장 변화(BOK이슈노트 2023-30)’ 보고서에서 어떤 일자리가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지 AI로 인한 노동시장 영향을 살펴본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은은 국내 직업별 AI 노출지수를 산출했는데, 직업별 AI 노출 지수는 현재 AI 기술로 수행 가능한 업무가 해당 직업의 업무에 얼마나 집중돼 있는지를 나타낸다. 보고서가 AI 노출 지수 상위 20%에 해당하는 직업을 식별하고, 동 직업에 종사하는 근로자 수를 더한 결과 국내 일자리 중 AI에 대체될 가능성이 큰 일자리는 약 341만 개로 나타났다. AI 노출 정도를 더 높여 25%로 확대하면 대체 가능 일자리는 약 398만개, 전체 일자리의 14%로 늘어난다.

AI 노출 지수가 가장 높은 일자리에는 화학공학 기술자, 발전장치 조작원, 철도 및 전동차 기관사, 상하수도 및 재활용 처리 조작원, 금속재료 공학 기술자 등이 포함된다. 이들 일자리는 대용량 데이터를 활용해 업무를 효율화하기 적합하다는 특성이 있다.

예를 들어 화학공학 기술자가 수행하는 생산 공정 설계와 운영을 AI 알고리즘이 대체해 최적화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의사, 회계사, 한의사 등 전문직종도 AI 대체 가능성이 높았다.

반면 음식 관련 단순 종사자, 종교 관련 종사자는 AI 노출 지수가 낮았다. 대면 접촉 및 관계 형성이 필수적인 탓에 AI 기술이 대체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같은 측면에서 점술가 및 민속신앙 종사원, 가수, 경호원, 대학교수, 성직자, 청소원 등도 AI 대체 가능성이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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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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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별로 보면 정보통신업, 전문과학기술, 제조업 등 고생산성 산업을 중심으로 AI 노출 지수가 높게 나타났다. 반대로 숙박음식업, 예술·스포츠·여가 등 대면 서비스업에서 낮게 나타났다.

임금수준과 학력수준별로 보면, 고학력·고소득 근로자일수록 AI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다. 이는 저학력(고졸 이하) 및 중간소득 근로자에게 큰 영향을 미쳤던 여타 기술(산업용 로봇, 소프트웨어)과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이라는 설명이다.

성별로도 남성 일자리의 IA 노출 지수가 여성 일자리에 비해 다소 높게 나타났다. 이는 AI 노출 지수가 낮은 대면 서비스업에 상대적으로 많은 여성이 종사하고 있는 영향이다.

문제는 AI 기술 도입에 따라 직업별 고용 비중이 줄어들고, 임금상승률도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먼저 산업용 로봇, 소프트웨어 도입이 지난 20여년 간(2000~2021년) 고용과 임금에 미친 영향을 실증 분석한 결과 산업용 로봇은 노출 지수가 10 퍼센타일(백분위수·percentile) 높을 경우 고용 비중이 12%포인트 감소하고 임금 상승률은 5%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10 퍼센타일은 예를 들어 직업별 기술 노출 지수를 1부터 100까지 정렬했을 때 상위 40%에 있는 직업이 상위 50%에 있는 직접보다 더 큰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다.

소프트웨어는 노출 지수가 10 퍼센타일 높을 경우 고용 비중은 7%포인트 감소하고 임금 상승률은 2%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AI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소프트웨어와 비슷하다고 가정하면 AI 노출 지수가 10퍼센타일 높을 경우 관련 일자리의 고용비중은 7%포인트 줄어들고, 임금상승률은 2%포인트 낮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보고서는 “AI 기술 도입 확대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역할도 하면서 전반적인 노동수요를 끌어올리고 임금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교육 및 직업훈련 정책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오삼일 한은 고용분석팀장은 “AI 기술 도입에 따른 생산성 효과가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반면 대체효과는 특정 그룹에 집중된다”며 “일부 근로자들은 AI 도입에 따른 일자리 전환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 팀장은 다만 “오히려 인간이 그 업무를 기술에 맡기고, 인간은 인간만이 더 잘할 수 있는 영역으로 넘어간다면 사회적 기술이나 팀워크 능력, 의사소통과 같은 소프트 스킬(soft skill)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최근 연구를 보면 소프트 스킬을 가진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임금 상승 측면에서 훨씬 더 혜택을 많이 받았다는 결과가 있다”고 했다.

moo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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