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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찌르기 놀이’ 초교서 당근 칼 유행…일부 교육청은 금지령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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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초중생 사이에서 유행 중인 ‘당근 칼’ 관련 틱톡 영상. 틱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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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날 부분이 생각보다 날카로워서 찔렸더니 많이 아팠어요.”

1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만난 김모 군(9)은 최근 초등학생과 중학생 사이에서 유행인 ‘당근 칼’을 “몇 번 사용해 봤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하교하는 초등학교 학생 중엔 당근 칼을 들고 있는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

최근 학생들 사이에서 칼 모형의 장난감이 유행하면서 학부모와 교육계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당근 칼은 플라스틱 재질의 칼 모형 완구다. 칼 부분 모양이 당근과 비슷해 당근 칼로 불린다. 잭나이프처럼 접이식 칼집 부분에 연결된 플라스틱 칼날을 손목 반동으로 접고 피는 방식으로 조작한다. 가격은 890원부터 5000원대 등 재질과 모양에 따라 다양하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만 2만3000곳에서 판매 중이다.

최근 틱톡이나 유튜브 등에서 당근 칼을 조작하는 영상이 조회수 20만 회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유튜브에 ‘당근 칼’을 입력하자 ‘당근 멋지게 피는 법’ 등의 영상이 줄줄이 검색됐다. 당근 칼로 서로를 찌르는 ‘찌르기 놀이’를 촬영한 영상은 조회수 20만 회를 넘어섰다.

학부모와 교사들 사이에선 ‘칼부림 범죄’ 모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기도에 있는 한 초등교사 현모 씨(29)는 “지난주 금요일 쉬는 시간에 남학생들끼리 당근 칼로 칼싸움하다가 주변 친구들과 부딪혀 눈을 크게 다칠 뻔했다”며 “이러다 실제 칼을 가지고 놀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4학년 딸을 둔 김미선 씨(57)는 “당근 칼이 유행이라길래 하나 사줬는데 반에서 애들끼리 몸싸움까지 벌이면서 논다고 해서 걱정”이라며 “이런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실제 칼에 대한 거부감이 무뎌질 것 같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일부 교육청과 학교들은 당근 칼 소지 금지를 안내했다. 15일 울산시교육청은 “당근 칼이 폭력적 사고를 유발할 수 있어 이를 소지하거나 사지 않도록 지도해달라”고 학교 측에 주문했다. 충남도교육청 대구시교육청 등도 “칼부림 모방 놀이문화가 생명 경시 현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안내했다.

전문가들은 가정과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올바른 놀이문화를 심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윤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흉기 모양의 장난감은 아이들에게 폭력의 모방 강도를 높일 수 있다”며 “모형이더라도 장난감 칼을 갖고 놀다 상대방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가정과 학교에서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최유리 인턴기자 경인교육대 초등교육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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