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 노동자 건강실태 조사결과…"일하다 다치면 산재 인정해야" 목소리
연명치료 |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병인이 일주일 평균 6일, 하루 평균 17시간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환자를 24시간 돌보는 간병의 특성상 대부분 적절한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감염병을 옮은 적도 있고, 비인격적 대우나 언어·신체폭력에 노출됐다.
정수창 서울시립대학교 도시보건대학원 연구원은 15일 보건복지자원연구원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공동 주최한 국회 토론회에서 이러한 내용의 '간병노동자 건강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올해 6월부터 7월까지 서울대병원·경북대병원·대구동산병원·충북대병원·강원대병원 등 5개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병인 302명에게 근무 조건과 건강 상태 등을 설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설문 결과 응답자는 모두 일대일 간병 업무 종사자로, 유효 응답자 296명 중 292명(98.6%)이 여성이었다. 평균 연령은 65세였다.
5개 병원 중 3곳은 24시간 종일제, 2곳은 24시간 격일제 근무 체제였고 이들의 일주일 평균 근무 일수는 6.01일, 하루 평균 근무시간은 17.18시간이었다. 야간 평균 취침시간은 4.74시간이었다.
휴식을 취하는 조건과 환경도 열악했다.
별도 휴게시간이 보장된다는 응답은 5.4%, 휴게시설이 있다는 응답은 8.4%에 그쳤다.
정 연구원은 "휴게시간과 취침시간의 기준과 규정이 분명하지 않은 간병 업무 특성으로 인해 휴게시간과 취침시간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며 "관련 권고 기준과 규정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고 밝혔다.
체감 노동강도는 10점 만점에 평균 7.23점으로 높은 편이었다.
간병 업무를 하다가 다치거나 병원에서 감염병에 옮은 경우도 많았다.
응답자의 55%는 지난 1년간 간병 업무에 종사하다가 넘어지거나 물체에 맞는 등 상해를 입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다친 간병인의 92%는 본인 스스로 치료비를 부담했다.
간병 업무를 하다가 감염병에 걸린 적 있다는 응답은 36.8%였다. 이들 중 56%는 지난 일 년간 감염병을 옮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본인 스스로 감염병 치료비를 부담했다는 간병인이 87.7%로 대부분이었다.
반말이나 모욕적인 말 등 비인격적 대우를 당했다는 응답은 70.6%에 달했다. 가해자의 83.7%는 환자 또는 보호자였다.
욕설이나 위협적인 말 등 언어폭력을 당한 간병인은 62.3%였고, 가해자의 90.6%는 환자 또는 보호자였다.
구타나 집기에 맞는 등 신체폭력을 당한 경우는 32.6%였다. 이때도 가해자의 94.5%는 환자 또는 보호자였다.
남우근 보건복지자원연구원 정책연구위원은 "간병인의 노동·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표준계약서 개발과 적용, 산업재해보상법 적용과 상병휴가제 확대가 필요하다"며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시 의료서비스와 돌봄서비스를 구분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간병인들이 직접 나서서 정부의 지원과 관심을 촉구했다.
한영란 희망간병 강원대학교병원 분회장은 "간병 업무 중 다쳤을 때 산재를 인정해달라고 요구한 게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적용되지 않고 있다"며 "일하다가 다쳤으므로 산재를 인정해달라는 당연한 요구를 받아들여 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숙진 보건복지자원연구원 원장은 "국내 10만명으로 추정되는 간병 노동자들이 법적 보호에서 제외되지 않도록 공식화·제도화하는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당부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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