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제도 개선으로 배당액 확인 후 투자 가능
상장사 실적 추정치 하향 조정 이어져
실적 좋아지고 배당 강화하는 고배당주 관심
15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유가증권 상장사의 약 26%인 636개사가 배당금을 확인한 뒤 투자할 수 있도록 배당 절차를 바꿨다. 올해 초 금융위원회와 법무부가 기업이 결산 배당액을 확정한 이후 배당받을 주주를 정할 수 있다는 상법(354조) 유권해석을 발표한 데 따른 변화다. 앞서 KB금융지주는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서 배당 관련 정관을 변경했다. "배당은 매 결산기 말 현재의 주주명부에 기재된 주주 또는 등록된 질권자에게 지급한다"는 항목을 "이사회 결의로 배당을 받을 주주를 확정하기 위한 기준일을 정할 수 있다"고 바꿨다. KB금융지주는 이익배당 기준일에 대한 이사회 결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하나·우리 등 금융지주를 비롯해 현대차, POSCO홀딩스 등 배당 규모가 큰 상장사 가운데 대다수가 배당 기준일 관련 정관을 변경했다. 과거에는 배당액을 확정하는 것보다 기준일이 빨랐다. 배당 기준일은 올해 말인데, 배당금 규모는 내년 2월 이사회에서 정하다 보니 투자자는 배당 규모를 모르는 상태에서 투자해야 했다. 이에 금융위와 법무부는 배당액이 확정된 후에 배당기준일이 정해질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배당 기준일이 올해 말에서 내년 3월로 늦춰졌다고 연말 배당주 투자자가 유효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3분기 실적까지 확인하고 배당금을 늘릴 여력이 큰 배당주에 대한 관심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배당 공시 제도 변경으로 배당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환기되고 중장기적으로 기업의 배당성향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국내 상장사 배당성향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적이 양호하고, 배당 여력이 있는 반면 배당성향은 낮은 기업의 배당 확대를 예상한다"며 "최근 실적 추이를 통해 올해도 배당을 늘릴 수 있는 기업에 관심 가질 때"라고 덧붙였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도 "유가증권 상장사 이익 추정치는 내년까지 계속 하향 조정하고 있다"며 "이익의 '희소성'이 부각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모두가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차별적인 호실적은 그만큼 수급이 집중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며 "실적 상향은 주당 배당금(DPS) 상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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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 증권업종 지수가 11.3% 올랐다.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졌지만 증권업종 지수가 상승한 원인 가운데 하나는 배당 기대감을 꼽을 수 있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 배당락에 따른 주가 변동 불확실성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증권사와 투자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제도 개선"이라며 "증권사는 종목 매력을 높이기 위해 배당을 확대해야 하기에 주주환원 강도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삼성증권·키움증권·한국금융지주·미래에셋증권·대신증권 등 5개 증권사 합산 지배순이익은 2조9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8.6% 증가할 것으로 추정한다"며 "배당액 확인 후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배당주로서의 매력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삼성증권과 키움증권은 배당성향을 각각 35%, 30%로 제시했다.
증권주뿐만 아니라 은행주도 배당 매력을 뽐내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국내 시중은행 이익은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경기 침체에도 양호한 실적을 달성한 데다,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배당주 투자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업종이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금융주는 지난 몇 년간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이어갔다"며 "주식시장 대비 주가수익률이 높았던 업종 가운데 하나가 은행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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