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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저 촉법인데요 ㅎㅎ" 조롱받는 소년법... 대책은 국회서 '올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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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소년범죄 종합대책 발표 1년
정부 차원 대책은 제한적 시행 중
촉법연령 국회논의는 공청회도 못해
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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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1학년 A양은 올해 4월 21일 인천의 한 골목길에서 또래들에게 집단 구타를 당했다. 일당은 A양을 때린 뒤에도 속옷만 입은 사진까지 찍어갔다. 범인들을 잡고보니 6명 중 3명은 촉법소년(형사책임연령인 14세 미만)이었다. 형사적 책임을 질 나이가 아니란 이유로, 이 촉법소년들은 수사나 재판을 받는 대신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돼 소년보호재판을 받았다. 이들 중 한 명은 사과를 요구하는 피해자 부모에게 "저희 촉법이라 형사처벌 안 받고 보호처분만 받아요. ㅎㅎ"라며 조롱하는 답을 했다.

이 사건에서처럼 범행을 저지르고도 처벌받지 않는 촉법소년 사건은 지난해 1만6,435건. 최근 5년간 2배 이상 증가했다. 촉법소년들이 저지르는 범죄를 보면 단순 폭력 말고도 강간 등 강력범죄 비중이 상당하다. 자신이 촉법소년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지한 채 범행을 하거나, '너희는 촉법이니까 상관 없다'는 성인에게 이용당하는 경우도 늘었다. 하지만 형법이 형사책임연령을 14세 이상으로 정하고 있는 탓에 형사처벌 대상에서는 비켜나 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10월 '소년범죄 종합 대책'을 발표하며 촉법소년 기준 연령을 13세로 낮추는 법안을 발의했다. 법무부는 국회 처리를 기다리며 입법이 필요 없는 부분부터 대책을 시행 중인데 △소년원 시설 현대화 등 수용환경 개선 △급식비 현실화 △소년범 가석방 심사기준안 개선 △소년 수형자를 대상으로 하는 학업 공간 설치 등이 그것이다. 교화·교육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학업 단절이 재범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3월 서울남부교도소에 설치된 '만델라 소년학교'는 벌써 42명의 검정고시 합격자를 배출하는 등 성과를 보였다.

한국일보

촉법소년 범죄 문제를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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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제는 법무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어 후속 입법이 동반되어야 함에도, 국회의 소년범죄 대책 마련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는 점. 특히 형법과 소년법 등 개정을 동반해야 하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14세 미만→13세 미만)의 경우 거의 논의의 진전이 없다. 법무부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 없이 교화와 시설 개선만으로 심각한 소년범죄 문제를 풀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른 나라의 촉법소년 기준 연령을 보면 △미국은 다수 주에서 10~13세 미만 △프랑스 13세 미만 △캐나다 12세 미만 △호주 10세 미만 등 한국보다 낮은 경우가 적지 않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국회에 제출한 소년법 개정안은 올해 2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 검토보고를 거쳐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 넘어간 상태다. 당시 소위에선 촉법소년 제도 개선 관련 공청회를 추진하는 방안이 거론됐지만, 공청회는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촉법소년 범죄가 증가하는 추세에 제동을 걸기 위해선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것만으로도 분명한 범죄 억제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촉법소년 기준 연령 하향은 13세인 범법소년도 다른 범죄자처럼 검찰의 처분과 형사재판을 받도록 하자는 것이지, 무조건 형사 처벌을 받게 하자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가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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