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8 (일)

이슈 청와대와 주요이슈

靑 "정무 감각 없나" 호통에 산업부 "전기요금 인상 없다" 허위 보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문재인 정부 신재생에너지 사업 난맥상 들여다보니
한국일보

경기 화성시 멱우저수지에 수상 태양광 발전 설비가 설치돼 있다. 화성=홍인기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신재생에너지' 확대 사업은 총체적 부실이었다. 청와대가 다그치며 압박하자 산업통상자원부는 억지로 수치를 꿰어 맞췄다. 전임 정부의 무리한 정책추진 과정이 드러난 건 7월 4대 강 보 해체 근거 조작, 9월 국가통계 조작에 이어 올 하반기에만 세 번째다. 감사원은 14일 "산업부가 숙제로 할당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맞추기 위해 구체적 이행방안 없이 목표를 상향 조정했고 이 과정에서 전기료 인상 요인을 의도적으로 축소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윗선 질책에… 전기료 인상폭 2주 만에 40%→10%


전기요금은 신재생에너지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소규모 태양광 발전 등이 급증하면 생산한 전기를 보내고 받는 송·변전 설비 구축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발전 단가 상승에 따른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해 여론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6월 신재생에너지 가격이 현 수준을 유지한다는 전제하에 목표를 달성하려면 2030년 전기료가 2018년 대비 최대 40% 인상될 수 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이후 불과 2주 만에 수치가 40%에서 10.9%로 급감했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비서실과 당시 백운규 산업부 장관 내정자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대통령비서실에서 산업부 관계자에게 전화해 "정무적인 감각도 없냐"고 호통을 쳤고, 백 장관 내정자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원가가 하락한다는 자료를 찾아보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산업부는 결국 "향후 5년간 전기료 인상은 없고, 이후에도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냈다. △신재생에너지 원가는 낮아지고 △저유가가 유지되며 △설비 유지 보수 비용은 전혀 들지 않는다는 비현실적 요인들만 반영한 결과다.

산업부는 국회가 요청한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의도적으로 요금 인상 요인을 제외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구매비용, 구입전력비 변동성 증가 등 내용의 67% 상당을 삭제해 제출했다"고 밝혔다.
한국일보

그래픽=김문중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행방안은 나중에… 해법 없이 '숙제'하듯 결론 낸 목표치


산업부는 신재생 발전 비중을 터무니없이 높여 잡았다. 2021년 9월 문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에서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40%로 올렸다. 이에 산업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30%로 높이겠다고 보고했다. 2015년 11.7%에 비해 약 3배, 2017년 국정과제로 제시한 20%보다 1.5배 증가한 수치다.

산업부는 내부 검토에서 '현실적으로 24.2%가 최대치'라고 결론 내렸다. 목표치 30%는 처음부터 불가능했던 셈이다. 그렇다고 산업부가 숙제로 떠안은 목표치를 바꿀 수는 없었다. 한 관계자는 "가능한 수준을 검토해 목표를 설정한 게 아니라, 이미 정해진 NDC 수준에 맞춰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할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했다. 부족분을 메울 방안은 추후 찾기로 했지만, 이 결정은 결국 졸속 정책으로 이어졌다.
한국일보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20년 7월 전북 부안군 서남권 해상풍력 실증단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그린 에너지 현장 - 바람이 분다'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가 안위 위협할 수 있다더니… 송변전설비·ESS 등 태부족


인프라 구축도 엉망이었다. 산업부는 2017년 목표 확대 당시 "필수 인프라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전력공급 차질로 국가 안위까지 위협할 수 있다"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고했지만, 정작 후속 조치는 없었다. 2017년 12월 전기수급기본계획 수립 당시 송·변전설비 보강 사업은 전체 필요 사업의 8.4%만 반영됐다.

날씨에 민감해 발전량이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는 신재생 발전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보충 설비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2020년 전력수급 계획에서 ESS 소요는 필요수준보다 30%가 적었다. 고장이 잦은 ESS 교체 경비는 아예 반영하지도 않았다.

신재생 발전을 할 수 있는 '입지 잠재량'도 비합리적으로 산정됐다. 산업부는 2017년과 2020년 두 차례 산정하면서 강화된 이격거리 규제 대신 100m 거리를 일괄 적용하고, 산지 등 지리규제는 최대 13년 전 과거자료를 적용해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부풀렸다. 감사원이 현행 규제를 적용해 재산정한 결과 입지 잠재량은 77%나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