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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물가와 GDP

외식물가 치솟자…라면·간편식 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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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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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생, 초등학생 자녀를 둔 이 모씨(39)는 최근 가족과 다 함께 삼겹살을 먹으면서 높아진 물가를 실감했다. 4명이서 6인분을 먹으면 최소 10만원이 나오는 데다, 고기량도 줄어 자녀 한 명이 2인분은 먹어야 해 외식비 부담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씨는 "대부분 가족 식사는 집에서 해결하고 있다"며 "과일 가격도 많이 올라 마트에서 원래 사먹던 양에서 30% 정도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계속된 물가 상승에 서울 지역 식당 삼겹살 1인분 가격이 2만원에 육박하는 등 외식비 부담이 커지자 집에서 간편식 등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14일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음식료품 소매판매액은 17조355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0.2% 늘었다. 2022년 1월(20%) 이후 1년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소비 둔화로 전체 소매판매액 증가세는 주춤한 가운데 음식료품만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모습이다. 전체 소매판매액에서 음식료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9월 기준 31.9%로 지난 1월 이후 8개월 만에 30%를 넘어섰다.

음식료품 소매판매액은 백화점, 대형 마트, 슈퍼마켓, 편의점 등 소매점에서만 집계되는 수치다. 올해 과일 가격 상승 등 장바구니 물가가 오른 영향도 있지만, 외식의 대체재 성격인 마트와 편의점 간편식 등 가공식품 판매량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물가 변동분을 제거한 불변지수로 따질 때 9월 음식료품 소매판매는 작년 동기 대비 3.6% 증가한 반면, 음식점 및 주점 소매판매 불변지수는 2.3% 감소했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품목별 소비자물가지수를 살펴보면 외식 물가 상승률이 전체 평균을 상회하는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며 "가공식품도 전체 평균 대비 상승률이 높은 편이나 외식 물가와 비교했을 때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크지 않아 소비자는 가격 부담이 적은 내식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외식비는 올해 계속해서 상승하는 추세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서울 기준 김밥 가격은 지난 9월 3215원에서 10월 3254원으로, 비빔밥은 같은 기간 1만500원에서 1만577원으로 올랐다.

비싸진 식비에 외식 수요가 둔화되자 대체재 성격의 가공식품이 수혜를 보고 있다. 1인 가구가 즐겨 찾는 저렴한 냉동간편식이 4인 가구 식탁에 오르는 일도 잦아진 모습이다. 초등학생 자녀 둘을 둔 김 모씨(41)는 "아이들과 같이 먹을 때도 입맛을 고려해 여러 메뉴를 해야 하기 때문에 한두 가지만 요리하고 나머지 반찬은 간편식으로 해결한다"고 말했다.

가공식품 판매 증가에 힘입어 식품기업은 3분기 호실적을 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식품사업 부문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12% 늘어난 2341억원을 기록했다고 전날 공시했다. 1분기와 2분기에는 영업이익이 각각 21%, 14.9% 감소했지만, 3분기 만에 증가세로 전환한 것이다. CJ제일제당은 "외식 소비 둔화에 따라 햇반과 비비고 등 핵심 제품을 앞세운 국내 가공식품 판매량이 늘었고 판매관리비를 효율화했다"고 설명했다.

라면 업체들도 실적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농심은 연결 기준 3분기 영업이익이 557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03.9% 늘었다.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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