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품정리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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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콘텐트 ‘더중앙플러스’에 글을 쓰는 유품정리사 김새별 작가가 고독사 현장에서 술병만큼이나 자주 보는 것이 ‘동전’이다. 외로운 방에선 빈 술병이 뒹굴고 몇 푼짜리 동전이 굴러다닌다. 그는 동전을 보면 줍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다고 한다. 세상에선 값어치 없는 돈이지만, 고인에겐 하루를 버티게 한 소중한 돈이기 때문일까.
그런 동전에는 시신에서 흘러나온 부패물이 진득하다. 50대 남성이 죽은 방에서 동전을 줍고 닦다가 작가는 고인의 노모를 만난다. 아들의 죽음 당시 어머니는 도망가 있었다. 젊어서 남편을 잃고 홀로 키운 아들은 세상의 풍파를 모질게 맞고 나더니 폭력적으로 변했다. 자신의 실패를 오래전 죽은 부친에게 돌리고, 오랜 세월 키워준 모친에게 따졌다. 그래도 어머니는 못된 자식의 죽음 앞에서 운다. “에미 정 떼려고 그리 사납게 굴었던가.” 하지만 반전(?)이 있다. 노모는 유품 정리를 한참 바라보더니 ‘동전을 줄 수 없겠냐’고 한다. 당연히 줄 돈인데 부탁하듯 청한다. 아들은 노모의 수급비를 빼앗아 술로 탕진하며 살았던 것이다. 작가는 “‘금이야, 옥이야’ 키운 자식은 금으로 된 흉기였고, 옥으로 된 무기였다”고 탄식한다.
또 다른 충격적 현장은 취업준비생의 죽음이다. 먼저 취업한 여자친구와 자격지심 탓에 다투다 헤어진 청년. 설 명절에 고향에 내려간 전 여친의 원룸을 찾아가 그 방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서엔 “평생 날 잊지 못하게 하겠다”는 저주를 남겼다.
고독사란 사회적으로 은폐된 죽음이다. 이들의 죽음을 기록하고 삶을 추적하는 것은 이 사회가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진단하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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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노필 플러스편집팀장 bae.nop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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