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공동위원장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위원들이 지난 2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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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 처벌법)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등의 정보를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제3자에게 제공하거나 배포·개시하는 행위 등을 하여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을 스토킹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정당한 이유 없이 이름, 명칭, 사진 등 상대방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불특정 다수에게 지속적, 반복적으로 공개하는 것 자체로 스토킹 범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지난 주말 이틀에 걸쳐 이정화 부장검사, 김영철 부장검사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했다. 대책위는 두 검사가 김건희 여사 일가 관련 수사를 하면서 ‘봐주기 수사’를 했고 그 대가로 영전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민주당 박범계·박찬대 의원이 각각 상임·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실제로 민주당이 제작한 유인물은 야권 인터넷 커뮤니티에 광범위하게 공유됐다.
그러나 민주당 대책위 주장과는 달리 이정화 부장검사는 김 여사 일가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 반려 당시 해당 검찰청에서 근무하지 않았고 오히려 부임 이후 경찰의 영장을 보완해 청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송치한 범죄 사실에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까지 추가로 입증해 기소했다고 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을 수사한 김영철 부장검사도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9월 민주당 측의 고발장을 접수한 뒤 50여 곳을 압수 수색하고 150여 명을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 관련자 6명을 구속 기소했다. 한 법조인은 “민주당이 두 검사의 개인정보를 공개한 데 대해 ‘정당한 이유’가 소명되지 않으면 스토킹 행위를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일선 검사 ‘좌표 찍기’가 지속적, 반복적으로 이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책위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7월에도 이재명 대표 관련 사건을 수사하는 검사들의 실명과 일부 사진을 공개해 논란을 일으켰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민주당의 ‘좌표 찍기’가 앞으로 계속 발생할 수 있다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국회는 지난 6월 본회의에서 ‘스토킹 범죄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다’는 내용의 스토킹 처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기존 스토킹 처벌법에는 ‘반의사 불벌죄’ 때문에 수사기관이 피해자의 처벌 의사를 확인해야만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었는데, 이를 폐지한 것이다. 이 개정법은 지난 7월 공포 직후 시행됐다. 강제로 실명과 얼굴이 공개된 일선 검사들이 명확하게 처벌 의사를 표하지 않아도 현행 스토킹 처벌법에 의하면 민주당 대책위 인사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법조인들은 “민주당 대책위가 일선 검사들의 개인정보를 마구잡이로 공개하는 행위에 스토킹 처벌법 조항을 적용할 수 있을지는 개별 사안을 두고 판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 민주당의 ‘좌표 찍기’ 행위에 대한 고소·고발장은 수사기관에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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