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필요 목소리 나오지만
서민 이자 부담 높아져 '딜레마'
고금리 장기화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누른 전기·가스요금 등이 잇따라 오르면서 내년 4월 총선 이후 서민 생활이 더욱 팍팍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올해 4·4분기 서민용 전기·가스요금을 동결하고, 품목과 전담자를 지정해 강도 높은 물가관리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정부가 '보이는 손'을 통해 인위적으로 물가를 잡는다고 해도 인위적으로 누른 물가는 나중에 한꺼번에 튀어오를 것이란 우려가 크다. 소폭이나마 추가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곳곳에서 나온다.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결국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금리·고물가 현상이 한층 심해질 수 있다는 말이다.
■공공요금 줄인상 예고
1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4·4분기 산업용 전기요금만 인상하고 일반 서민과 소상공인의 전기요금은 동결했다. 지난 3·4분기에 이어 가스요금도 묶어뒀다. 물가안정과 서민 부담을 감안한 결정이라고 정부는 밝혔다.
문제는 내년 4월 이후다. 총선을 앞두고 '요금폭탄'은 미뤄뒀지만, 이후 공공요금 줄인상이 예상된다. 국제 에너지원가 인상 추이와 한전·가스공사 등의 누적부채 규모 등을 감안하면 큰 폭의 요금인상이 절실한 상황이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기요금 인상을 총선 때문에 미뤄놓긴 했지만 계속 미룰 수는 없다"면서 "선거가 끝나고 나서 속도감 있게 올릴 가능성 상당히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전기요금이 낮음으로 인해 한전채 문제 등 여러 가지가 걸려 있다"며 "공공요금 인상을 상당히 부담스러워하는 건 사실이지만 어느 정도 현실화해 나중에 생길 문제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물가가 올라가는 것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 주도의 '눈에 보이는' 물가통제로 인한 부작용도 우려된다. 정부는 현재 서민 생활과 직결되는 품목들에 담당 공무원을 지정하고, 각 부처 차관은 물가안정책임관 역할을 맡고 있다. 예컨대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빵, 우유, 커피, 햄버거, 치킨 등 28개 품목의 전담자를 지정했다. 과거 이명박 정부 때 52개 민생품목을 대상으로 시행했던 'MB 물가지수'와 닮아 있다. 그러나 3년 이후 관리품목 가격 인상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훨씬 높게 나타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물가 잡기? 통화정책 효과
물가관리의 키는 금리라는 제언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관리를 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개별 물가관리는 효과가 있기가 어렵다"면서 "금리가 충분히 조정되지 않은 상황이었고, 그 부분이 상당한 문제를 주고 있기 때문에 다른 형태의 물가관리가 가지고 있는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리를 너무 많이 올리기는 어렵지만, 통화당국의 금리동결이 오래 지속되면서 사실상 기대인플레를 높이는 효과"라며 "급격히 금리를 올리는 게 아니라 조정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3.5% 금리 수준을 당장 변동시킬 필요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물가안정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통화정책"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렇게 되면 한계에 몰린 가계의 이자상환 부담은 더욱 커진다. 강인수 교수는 "일반 사람들 입장에서는 금리를 올리면 상환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소득 증가세가 둔화되고 금리상환 중단이 가중되면 소비여력이 없어진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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