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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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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로봇 140개가 7만6000개 바구니에 제품 쏙쏙… CJ대한통운 인천 G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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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인천공항 자유무역단지에 위치한 CJ대한통운 ‘글로벌 권역 물류센터’(GDC·Global Distribution Center). 국제규격 축구장 3개와 맞먹는 약 2만221㎡(6117평) 규모의 센터로 들어서자 마그네슘, 오메가3라고 적힌 영양제부터 땅콩버터, 세탁세제 등 물품 재고가 곳곳에 쌓여 있었다. 이경진 CJ대한통운 CBE운영팀장은 “일본, 싱가포르, 카자흐스탄, 호주 소비자가 미국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주문하면 박스에 담겨 배송될 물건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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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인천공항 자유무역단지에 위치한 CJ대한통운 글로벌 권역 물류센터(GDC·Global Distribution Center)에 해외로 배송될 제품이 쌓여 있다. /권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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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은 2019년부터 미국 이커머스업체 ‘아이허브’와 손잡고 국내 최초로 GDC를 운영하고 있다. GDC는 글로벌 물류 시장에서 주목받는 ‘초국경택배’(CBE·Cross Border E-commerce) 모델 중 하나로, 수요지 인근 물류 거점을 활용하는 시스템이다. 소비자와 거리가 먼 탓에 주문부터 납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지연되고, 배송비 부담이 높은 직구(직접구매)나 역(逆)직구가 지닌 단점을 보완하는 효과가 있다.

몇 년 전부터 CJ대한통운은 CBE 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인천GDC 투자를 늘리고 있다. 올해 회사는 인천 GDC를 증축해 최첨단 물류 로봇 시스템 ‘오토스토어’를 도입했다. 지난 9월부터 시험 운영 중인 오토스토어가 본격 가동되면 인천GDC의 하루 최대 출고량은 기존 2만 상자에서 3만 상자로 1.5배 늘어난다. 상자를 기준으로 하면 3만개지만 물품으로 따지면 10만개가 넘는다. 제품 보관 규모는 500만개 이상으로 아시아 GDC 중에서는 최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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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인천공항 자유무역단지에 위치한 CJ대한통운 글로벌 권역 물류센터(GDC·Global Distribution Center) 내 오토스토어에서 로봇이 제품이 담긴 바구니를 나르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권유정 기자



인천GDC에 설치된 오토스토어는 제품을 담은 큐브 형태의 바구니 7만6000개가 16단으로 겹겹이 쌓인 구조다. 이날 3층 정도 되는 계단을 올라 오토스토어 맨 위층에 도착하자 바구니 위에서 바퀴 달린 빨간 로봇들이 테트리스 조각처럼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로봇들은 주문된 제품이 담긴 바구니를 찾아 작업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가동 중인 로봇은 총 140대로 양쪽 벽면에 설치된 충전기에서 10분을 충전하면 약 4시간 작업할 수 있다.

이 팀장은 “로봇이 바구니를 꺼내 출고 스테이션에 전달하면 작업자 앞 모니터에는 물건 크기, 개수에 적합한 박스가 뜬다”며 “작업자는 박스에 맞춰 제품을 넣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사람이 물건을 찾아 박스에 넣었다면 이제는 물건이 사람을 찾아가는 셈”이라며 “기술이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서로 손발을 맞춰 물류 효율성과 작업 편의성을 높이는 세미(Semi·반) 자동화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오토스토어 외에도 자동화 시스템이 적용된 인천GDC의 주요 설비 대부분은 작업자들이 함께 움직였다. 오토스토어와 함께 첨단 기술로 분류되는 ‘퀵 피킹 시스템’(QPS·Quick Picking System)이 대표적이다. 기계가 제품 종류와 수량에 맞춰 박스를 접고, 바코드를 찍지만 주문 정보를 확인해 제품을 찾아 넣는 건 작업자의 몫이었다. 박스가 도착하는 동시에 제품이 있는 선반 램프가 점등되기 때문에 작업자는 몇 초 만에 제품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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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및 한국 CBE 물류시장 규모. /트랜스포트인텔리전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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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은 향후 인천GDC가 담당하는 권역을 확장하고, 고객사도 꾸준히 늘린다는 목표다. 아이허브와는 이미 협력 범위를 넓혔는데 두 회사는 인천GDC 운영 기반을 토대로 사우디아라비아에도 GDC를 구축하고 있다. 사우디 리야드 킹 칼리드 국제공항 근처에 짓는 사우디 GDC는 사우디를 비롯해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등 중동 9개국에서 주문한 제품을 담당할 예정이다. 하루 최대 출고량은 1만5000상자로 내년 하반기 준공을 앞두고 있다.

GDC 사업 확대에 힘입어 전 세계 CBE 물류 시장 성장 속도도 더 빨라질 전망이다. 영국 물류 리서치 업체 트랜스포트인텔리전스(TI·Transport Intelligence)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00조원에 못 미치던 글로벌 CBE 시장 규모는 2026년 178조원으로 약 83.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같은 기간 한국 CBE 시장 규모는 1조1000억원에서 1조6000억원으로 약 21.4%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인천=권유정 기자(y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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