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영상 촬영해 유포…파기환송심서 실형 확정
제주지법 "잔인한 방법으로 육체·정신적 고통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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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단돈 5000원을 생일선물로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또래를 괴롭혀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몬 고등학생들에 대한 실형이 확정됐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진재경 부장판사)는 9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고등학생 A군과 B군, C군에 대한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을 열고 A군에게 징역 장기 1년6개월·단기 1년, B군에게 징역 1년2개월·단기 10개월, C군에게 징역 1년8개월·단기 1년2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군과 B군, C군은 같은 고등학교, 피해자 D군은 다른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으로 서로 아는 사이였다.
사건은 2021년 10월6일 D군에게 생일선물로 5000원을 보낸 A군이 자신의 생일인 같은 달 11일 '생일선물로 5000원을 보내 달라'는 요청을 D군으로부터 거절당하면서 시작됐다.
이 일로 A군과 B군은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말다툼을 벌였는데 이 과정에서 C군은 A군에게 "싸워서라도 돈을 받아 내라"고 말하고, B군은 A군에게 "영상으로 찍을 거니까 너가 이겨야 해"라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계속 싸움을 부추겼다.
실제 A군은 같은 달 14일 오전 7시12분쯤 제주시의 한 아파트 놀이터에서 D군을 수차례 폭행한 뒤 웃으며 두 팔로 승리의 포즈를 취했다. 이 광경은 B군이 휴대전화로 촬영한 영상에 그대로 담겼다. C군은 그 옆에서 구경했다.
D군은 폭행당한 직후 A군과 B군, C군에게 다른 사람들에게 영상을 유포하지 말아 달라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문제의 영상은 B군과 C군에 의해 당일 같은 학교 학생 4명과 다른 학교 학생 2명에게 유포됐다. 이 과정에서 C군은 D군에게 "영상을 뿌리겠다"며 협박까지 했다.
끝내 D군은 당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원심 재판부인 제주지법 형사3단독과 항소심 재판부인 제주지법 제1형사부는 A군과 B군, C군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지만, 대법원 제3부는 2명 이상이 피해자를 폭행을 해야만 공동폭행 혐의가 성립된다는 이유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제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에 검찰은 파기환송심에서 B군에게 폭행방조, C군에게 폭행교사 등의 혐의를 적용하는 내용으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피해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폭행 당했다는 사실 보다는 자신이 폭행 당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유포된 데 대한 수치심과 모멸감이 컸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피해자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며 "이 사건 범행은 우발적인 다툼이 아닌 매우 잔인한 방법으로 피해자에게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망한 데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지만 피해자가 겪었을 것으로 보이는 고통은 양형에 반영할 수 있다. 유족도 피고인들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다만 피고인들이 유족을 위해 적지 않은 돈을 공탁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mro12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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