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99.7% “학폭 조사 SPO에 이관 동의”
정부도 SPO 기능 확대 언급
인력 부족·교육성 변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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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현장에서는 각종 민원의 원인이 되는 ‘학교폭력 조사’ 업무를 교사에서 학교전담경찰관(SPO)으로 이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수사권을 가진 경찰이 전문적으로 사안을 조사하고, 교사는 관계를 회복시키는 교육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에게 조사 권한이 생기면 학교의 기능이 선도가 아닌 처벌로 변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9일 초등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을 통해 구성된 ‘교육관련법연구회’가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8일까지 유·초·중등 교사 1만28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93.7%(9396명)가 SPO로부터 학폭 관련 도움을 받은 경험이 없다고 응답했다. 연구회는 “SPO 제도가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마련됐음에도 학교폭력 조사나 처리 관련 법률상 의무가 없어 유명무실화됐음을 확인할 수 있는 결과”라고 했다.
SPO 제도는 2012년 도입됐다. 학생 상담 관련 학위나 자격증을 가졌거나 학생 지도 경력이 있는 경찰관이 SPO를 맡아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진행하고 가해 학생에게 선도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단, 학교폭력예방법 시행령상 SPO에 학교폭력 조사 의무는 없다.
교육 현장에서는 SPO 인력이 부족해 형식적으로 존재만 한다는 지적이 많이 나왔다.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SPO는 한 해도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1인당 담당 학교 수는 2017년 10.5개교에서 올해 2월 말 기준 12.9개교로 늘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관들은 현장에서 뛰는 것이 직무 속성상 훨씬 일반적이라 SPO를 택하는 데 소극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학교폭력 조사 업무를 교사가 맡으면서 교사들은 민원에 노출되고 업무 부담이 커졌다. 이장원 교사노동조합연맹 대변인은 “교사는 수사권이 없어서 학생이 불응하는 경우 마땅한 조치를 할 수 없고, 학교폭력 관련 훈계를 하다가 아동학대 신고로 연결되는 경우도 많다”며 “ 사안이 학교 외부까지 커지면 조사하느라 다른 업무를 보기 힘든 상황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6일 현장교사와 간담회에서 “학교폭력이 발생할 경우 교사는 학부모와의 관계가 있어서 재판관 역할을 하기 힘들다”며 “학폭의 정도가 심하면 경찰이 이를 담당하는 것을 고려해 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부에 SPO 확대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도 지난달 12일 ‘교원의 학교폭력 업무 경감 및 SPO 확대’를 주제로 현장교사들과 만나 “앞으로는 SPO가 학교폭력 사안 조사 등을 수행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장 교사들은 이를 반기는 분위기다. 연구회 설문조사 결과 99.7%(9998명)가 SPO 증원과 학교폭력 사안 조사업무 이관에 동의했다. 이들은 ‘조사과정의 사법적 전문성 확보’(79.7%), ‘무분별한 민원, 협박으로부터 교사 보호’(75.4%), ‘무분별한 학교폭력 사안 신고 및 접수 감소’(74.1%) 등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SPO가 학교폭력 조사까지 전담하면 관계 회복보다 ‘처벌’이 우선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법무법인 오현 소속 나현경 변호사는 “학교폭력예방법상 징계를 내리는 것은 교육과 선도가 목적인데, 그 처분의 주체가 수사기관에 모두 이관되는 건 본질적으로 법이 추구하는 방향과 맞지 않는다”며 “경찰이 학교에서 조사하면, (사안이) 학교폭력인지 판단조차 되지 않은 상태에서 학생들이 먼저 위축되는 등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임준태 교수는 “SPO가 학교폭력에 직접 개입하게 되면 처벌까지 가는 등 경찰들이 SPO를 하는 데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무엇보다 공권력이 개입하면 학생들을 전과자로 만들어 버리는 일까지 생길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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