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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공매도 전면 금지

대통령실·금감원장 압박에 공매도 ‘전면 금지’ 백기 든 금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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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에는 청와대·금융위가 금감원장 설득해 공매도 ‘부분재개’

경향신문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이 지난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매도를 내년 상반기까지 전면 금지하고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왼쪽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금융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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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기로 한 데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강한 의지가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원장은 금감원 지도·감독과 예산 승인권을 쥔 금융위원회의 뜻을 접는 데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금융위는 윤석열 정부 출범 전부터 공매도를 정상화(전면 허용)해야 한다는 내부 의견이 있었지만 ‘윗선’에서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그러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불법 공매도 적발 이후 거세진 대통령실과 금감원장의 공매도 금지 압박에 백기를 들었다. 2년 전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와 금감원 사이에서 중재안을 제시해 공매도 부분 재개를 이끈 것과는 대조적이다.

7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대통령실은 약 한 달 전부터 금융위에 한시적인 공매도 전면 금지가 필요하다는 뜻을 전했다. 금감원이 HSBC, BNP파리바 등이 2021년과 지난해에 한 560억원 규모의 불법 공매도(무차입 공매도)를 적발한 이후이다. 금감원은 늦어도 10월6일에 글로벌 IB의 불법 공매도 적발을 언론에 알릴 계획을 확정했다. 공식 발표는 10월15일이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같은 기간 공매도를 일시적으로 전면 중단해야 한다는 뜻을 정부와 정치권에 전달했다. 이 원장이 대통령실의 주문을 받고 움직였는지, 아니면 먼저 의견을 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원장은 전날 서울 충정로에서 열린 회계법인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마치고 취재진에게 “누가 얘기해서 갑자기 그냥 아무 검토도 없이 (공매도 전면 금지를) 발표한 게 아니다”면서 “수개월 동안 실태를 점검했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2020년 코로나19 사태처럼 위기 상황이 아닌데도 공매도를 금지하면 국제적 정합성에 맞지 않고 가격 발견이라는 순기능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부추긴다는 주장도 근거가 없다고 본다. 국내 증시의 선진시장 편입을 추진해왔던 터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네셔널 선진국지수(MSCI) 편입을 의식한 시각이기도 했다. 이는 과거 정부부터 금융위가 유지해온 일관된 논리였다.

국내 주식시장 공매도는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3월16일에 전면 중단됐다가 2021년 5월3일에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종목만 재개돼 지난 3일까지 2년6개월 간 유지됐다.

금융위 내부적으로는 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당시 공매도의 전면재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금융당국 윗선에서 이를 대통령실에 제대로 건의하지 못했다.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7월 제도 일부를 개선하고 불법 공매도 처벌은 강화하겠다는 발표만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개인투자자 1440만명 중 주가가 하락하기만 하면 공매도 세력이 개입했다고 주장하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면서 “공매도가 정치적 쟁점이 되고 표에도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책임있게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에 나선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어정쩡한 상황이 이어지다가 글로벌 IB의 불법 공매도가 적발되고 대통령실과 이 원장의 강력한 요구가 계속되자 금융위는 공매도 전면재개 입장을 완전히 접게 됐다고 한다.

이같은 상황은 2년전 문재인 정부 때와 대조된다. 당시도 금융위는 공매도 전면재개, 금감원은 전면금지 입장이었지만, 청와대(대통령실)는 공매도 재개 쪽에 있었다.

2021년 초 청와대에서는 김상조 정책실장, 은성수 금융위원장, 윤석헌 금감원장 등이 모여 공매도 재개 여부를 논의했다. 김 실장은 공매도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뜻이 강했고 은 위원장도 같은 입장이었다. 반면 윤 금감원장은 개인투자자 보호 등을 이유로 전면 중단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가 금융위에 더 힘을 실어주고 있었지만 윤 금감원장이 계속 반대하자 은 금융위원장은 일부 종목에 한해 공매도를 재개하자는 대안을 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였고, 금융위는 2021년 2월3일에 연 제1차 임시회의에서 그 해 5월3일부터 공매도를 부분재개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공매도 전면재개를, 금감원은 전면금지를 일관되게 주장했지만 정권의 의중이 어디에 있었느냐에 따라 결정이 달라졌던 셈이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야당이 정부·여당의 한시적 공매도 중단 결정에 ‘우리가 먼저 얘기했다’고 할 정도로 경제 원칙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라면서 “이번 기회에 한국이 공매도 거래를 전수조사해 글로벌 스탠다드를 제시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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