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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시위와 파업

'돌봄의 가치' 되묻는 서사원 어린이집 파업 사태... 9일째 해결 기미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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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어린이집 6곳, 공공운영에서 민간운영으로
보육교사들 10월 30일부터 '지속 운영' 파업 중
서사원 "장애통합 등 기존 프로그램 유지" 반박
한국일보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서사원) 지부 소속 보육교사 등이 지난달 30일 서울시청 앞에서 서사원 어린이집 지속 운영 촉구 및 전면파업 출정 집회를 열고 있다. 참가자들은 이용자 대다수가 반대하는 서사원 어린이집 민간 위탁을 중단하고 돌봄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을 위한 단체협약 조항 합의 등을 요구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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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통합을 비롯한 다양한 취약보육, 영유아 발달검사, 문화재단 연계사업, 안과 검진 등 서울시사회서비스원(서사원) 든든어린이집만의 공공돌봄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이를 인정받아 작년 보건복지부(경영평가)의 '확대 운영'이라는 높은 평가도 받았지만, 어린이집 운영 2년이 채 되지 않아 '수익이 나지 않는 기관'이라며 서사원 설립 취지를 흔들고 있습니다."(서울 은평구 응암행복어린이집 서은진 보육교사)

서사원에서 위탁운영하는 서울 시내 국공립 어린이집(든든어린이집) 6곳의 보육교사들이 파업에 돌입한 지 7일로 9일째가 됐으나, 노사 입장 차가 커서 파업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사회서비스원은 돌봄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설립된 기관이지만, 효율성을 강조하는 정책 기조 변화로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다.

공공운수노조 서사원 지부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등은 이날 국회에서 '서사원 어린이집 지속 운영 및 파업사태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국공립 시설 대부분을 민간이 운영하는 '무늬만 공공'인 현실 속에서 6곳의 서사원 어린이집은 공보육의 소중한 모델"이라며 "6개 어린이집 모두 최상위 A등급, 시 평균보다 높은 급식·간식비와 교사 경력, 자치구 평균을 훨씬 웃도는 취약보육 운영을 해 왔다"며 운영을 지속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회서비스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공공돌봄 확충' '돌봄노동자 처우 개선' 등을 이유로 2019년 설립된 기관이다. 이 중 서울시 출연기관인 서사원은 노인 요양, 아동 보육, 장애인 활동지원 등을 제공해왔고, 돌봄노동자의 '정규직 월급제' 모델이 정착된 곳으로 여겨졌다. 민간의 돌봄노동자는 보통 이용시간에 따라 시간제로 임금이 책정돼, 저임금 불안정 노동인 경우가 대다수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지방선거 후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정권이 바뀌며 '서사원 경영이 방만하다'는 평가가 내려졌다. 민간에 비해 인건비가 높아 효율성이 낮다는 것이다. 시의회는 2023년도 예산 편성 과정에서 서사원 출연금 168억 원 중 100억 원을 삭감하고, 자체혁신안 마련을 요구했다. 이에 서사원은 든든어린이집 7곳 수탁을 중단하고, 민간 기관에 사업을 넘기기로 했다. 이 중 송파 든든어린이집은 이미 지난달 1일부터 위수탁이 해지된 상태다.
한국일보

서사원 지부 조합원들이 7일 오후 서울 중구 소재 서울시청 동편에서 집회를 열고 서울시 공공보육의 공공성과 노동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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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는 이용자도, 노동자도 만족해 왔기에 어린이집 위탁 운영 중단의 명분이 없다고 주장한다. 노조가 올해 4월 7개 든든어린이집에 다니는 원아 410여 명의 부모 중 324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96.0%가 운영중단을 반대하고, 98.1%가 '민간보다 서사원 돌봄이 낫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장애아·다문화·야간연장 등 취약보육 서비스도 기관당 2~4종을 운영해 서울시 여타 국공립 어린이집 평균(0.7~1.4개)보다 많다는 게 노조 설명이다.

이에 서사원은 "어린이집 수탁자가 서사원에서 다른 수탁 주체로 변경되는 것일 뿐 지자체가 운영하는 국공립 어린이집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고, 장애통합반 등 취약보육도 운영 주체가 바뀐다고 해서 기존 프로그램이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서사원은 앞서 송파를 제외한 든든어린이집 6곳 중 3곳에 위수탁 해지 공문을 보낸 데 이어, 노조에서 파업에 돌입한 지난달 30일 나머지 3곳에도 동일한 공문을 보냈다. 이에 당초 3일까지만 파업할 계획이었던 서사원 지부는 '수탁종료 철회'를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으로 돌입했다. 노조는 위수탁 해지 절차를 잠정 중단하고, 시와 서사원·보육교사·이용자 부모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모여 공공보육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김진석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돌봄 노동의 질이 곧 돌봄의 질을 좌우하기 때문에 돌봄 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정을 충분히 하고 필요한 비용을 지불하자는 것이 사회서비스원 설립 취지였다"며 "서사원 모델을 확산시킬 게 아니라 과거로 되돌아가자는 건 우리 사회를 떠받치는 돌봄 노동자들은 월급제를 하거나 생활임금을 받을 자격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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