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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시위와 파업

전청조도 의뢰한 역할대행…손님·시위꾼도 가짜, 범죄 악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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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장례식 하객·조문 대행에서

일상 생활까지 파고드는 역할 대행

비밀 보장…난이도 따라 금액 달라

전문가 "제지 어렵고 악용 우려 높아"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와이프가 외도를 의심해서 증인 역할을 해줄 친구가 필요했습니다. 업체 측에서 저와 비슷한 연령대를 섭외해 주신 덕분에 잘 넘어갔습니다.

제 과실로 고객에게 사과할 일이 생겼는데 우연히 대행 서비스를 알게 돼 신청했습니다. 말끔하게 해결돼 만족스럽습니다. 저 대신 싫은 소리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역할대행 업체 홈페이지에 올라온 의뢰인들의 후기 글이다. 이들 업체는 주로 결혼식장과 장례식장에서 하객·조문객 대행 서비스를 제공해 왔는데 최근에는 사업 범위를 대폭 확장하며 일상 영역까지 파고들고 있다. 하지만 전청조의 사례처럼 역할 대행이 범죄에 악용되는 경우도 있어 이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데일리

남현희 전 펜싱 국가대표의 재혼 상대로 알려진 뒤 사기 혐의를 받는 전청조 씨가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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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이데일리 취재에 따르면 역할 대행 서비스는 공연장·출판회·영화시사회·사인회 등 각종 행사 참가자를 모집하고, 집회·시위 참가 인력도 동원해 주는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 개업한 음식점에는 손님 대행을 보내 장사가 잘 되는 것처럼 바람잡이 역할도 하고, 전화·카카오톡 등 온라인에서도 역할 대행 서비스가 제공된다. 곤란한 상황에서 사과를 대신 해주고 억울한 상황에서는 항의를 대신 해주는 식이다.

재판 참석이나 부동산 계약 같은 낯선 상황에서는 가족·지인의 역할로 동행해 주기도 한다. 채무 독촉이나 각종 사고 수습을 대신 해주고 욕먹기, 연인 정리, 절교까지 돈만 내면 도맡아 해준다. 이들 업체는 철저한 비밀 보장과 전문적인 일처리를 약속하고 있다. 사전 각본 등 교육도 진행한다고 앞세웠다. 가격은 소요 시간과 경비, 난이도, 위험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한 역할대행 업체는 “결혼식 혼주 대행의 경우 부모님 두 분 모두 참석인 경우에는 약 65만원”이라며 “상견례처럼 구체적인 전문성이 요구되는 상황에서는 가격이 더 비싸진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업체는 “의뢰인이 원하는 성별과 나이, 의상, 상황별 미션 수행 능력까지 고려해 진행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역할 대행 서비스가 ‘범죄’에 연루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의 재혼 상대로 알려졌던 전청조는 재벌 3세를 사칭하려 기자 역할 대행을 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기자 역할 대행을 했다는 한 누리꾼은 “대행 업체로부터 대본을 받았는데 그 당시 저는 남현희, 전청조가 누군지도 몰랐고 아무 생각 없이 나가서 기자 연기를 해 일당 12만원을 받았다”며 “남현희, 전청조에게 접근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 자산의 출처가 혹시 뉴욕에 얼굴 없는 회사의 CEO가 맞나’ 등 질문을 했다”고 밝혔다. 혼인 빙자 사기에도 역할 대행이 악용된다. 결혼 상대의 부모와 형제, 친척과 친구까지 모두 업체에서 고용된 ‘가짜’인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대행 서비스에 대한 구체적인 법적 사회적 규제가 따로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역할 대행의 경우 개인 간의 계약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제지가 쉽지 않다”면서도 “범죄에 연루되거나 공범으로 오해받지 않기 위해서는 업체 측이 구체적인 역할과 의무 등을 살펴서 판단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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