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출신 변호사 “물량공세 병풍치기…전청조, 사기 전략 13가지 총동원”

"저도 깜빡 속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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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부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장을 지내는 등 33년간 사기 전문 검사로 이름을 날렸던 임채원 변호사는 전청조(27)씨의 사기수법이 그야말로 총천연색이라며 남현희씨(42)가 당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변호사는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전청조씨 사기 수법에 대해 "저도 깜빡 속을 정도였다"고 혀를 내둘렀다.

임 변호사는 "그동안 수사를 해보면 사기꾼들 사기수법은 평생 한 가지 내지 두 가지로 제가 농담으로 '레퍼토리 좀 바꾸시죠'라고 했다"며 그런데 "여기는(전청조)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재벌 얘기를 하고 물량 공세를 해 처음에는 약간 의심했을지 모르지만 그냥 그 사람이 하는 대로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고 풀이했다.

이어 "보통 (사기꾼들은) 한두 가지 수법을 쓰는데 (전청조씨는) 13가지 수법을 뒤섞어 썼다"며 이 정도면 빠져나오기 힘들다고 했다.

전청조 수법에 대해 "첫 번째는 미안할 정도로 잘해줬다. 고급 외제차도 사주고 명품 백에다가 하루 1박에 1200만 원 정도 드는 곳 등 물량공세를 펼쳤다"며 "처음에는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판단을 못할 정도로 그냥 물량 공세를 해대면 너무 미안해서 상대방에게 우호적인 그런 태도가 생긴다"고 했다.

임 변호사는 "남현희씨 같은 경우는 이혼해서 심적으로 공허한 상태, 펜싱 학원의 성추행 문제 등 내가 절실하게 필요한 부분이 있었는데 (전청조씨가) 니즈를 해결해 주는 그런 부분을 공략했다"며 상대 약한 구석을 공략한 점도 기가 막혔다고 했다.

또 "사기꾼들이 많이 하는 '유명 인사를 안다'는 병풍 치기도 했다"며 '남현희와 결혼할 사람'이라는 등 펜싱 아카데미 학부모들에게 자신을 신뢰하게끔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남현희씨한테 들어간 돈이 한 10억 가까이 되는데 더 큰 사기를 치기 위해 남현희씨를 통해 '대한펜싱협회에 3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다"며 "(만약) 그대로 계속 갔으면 이걸 토대로 해서 더 큰 사기를 쳤을 것 같다"고 했다.

임 변호사는 "처음 전청조씨가 남현희씨를 찾아가서 '펜싱이 거의 프로급 수준인 사람(일론 머스크)하고 조만간 시합을 하는데 당신한테 배워서 꼭 이기고 싶다고 하는 등 고도의 심리전도 펼쳤다"고 했다.

임 변호사는 "승부사인 남현희씨로선 한참 어린 사람이, 자기처럼 왜소한 사람이 '꼭 이기고 싶다'며 승부욕 강한 그런 모습을 보였을 때 도와주고 싶은 그런 마음이 생겼을 것"이라며 "아주 고도의 심리전이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즉 "저 같은 경우도 '당신이 최고야'라며 와서 도움을 청하면, 한참 어린 사람이라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막 들었을 것"이라는 것.

특히 물량공세에 대해 임 변호사는 "계속 자기가 재벌 3세라는 걸 과시해서 최면에서 못 깨어나게 해야 되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꾸 잊어먹으니까 계속 물량 공세하고 눈으로 보여줘 최면 상태를 계속 유지해야 그걸 토대로 해서 더 큰 사기를 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전청조씨처럼 모든 수법을 치밀하게 동원하면 속을 수밖에 없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그러면서 "스스로가 똑똑하고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이 많이 당한다"며 사기 사건 하나를 소개했다.

임 변호사는 "어느날 투자 전문가에게 증권회사 직원이 찾아와 '우리 회사에서 급히 자금이 필요한데 묻지마 투자를 해라. 60억을 투자하면 6개월 뒤에 10억 수익금을 달아 70억을 준다고 했다"며 "이에 전문가가 증권회사 직원하고 회사로 같이 갔더니 회장실 옆 부속실에서 그 직원이 커피도 따라주고 해서 기다리고 있다가 투자 약정서를 썼다"고 했다.

하지만 "6개월뒤 돈을 안 갚아 연락 했더니 '그 직원은 (약정서를 쓴) 한 달 뒤 퇴직했다'고 하고 대표이사한테 전화를 했더니 자기네들은 그런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해 그제야 투자 약정서를 보니까 제일 밑에 그 돈 받는 곳이 증권회사가 아니라 대부회사였더라"며 "약정서 쓸 때는 그걸 잘 봐야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2007년엔 법원장도 6000만원을 사기당한 적 있다"며 나는 절대로 속지 않는다고 방심해선 안 된다고 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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