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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 (목)

이슈 공매도 전면 금지

[마켓뷰] 공매도 금지 첫날… 코스피 역대 최대 상승 폭 기록 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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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거래가 전면 금지된 첫날, 코스피지수는 역대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도 뛰어오르면서 ‘사이드카(프로그램매매 호가 일시 효력 정지)’가 발동됐다. 그동안 증시를 짓눌렀던 미국 장기 채권 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가 완화한 데 더해, 공매도 투자자들이 주가 상승에 따른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주식을 사들이는 ‘쇼트 커버링’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2502.37로 장을 마감했다. 전 거래일보다 134.03포인트(5.66%) 올랐다. 코스피지수가 하루 만에 가장 많이 오른 날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기존 기록은 2020년 3월 24일 127.51포인트 상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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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지수 역시 57.40포인트(7.34%) 상승한 839.45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시장에선 2020년 6월 이후 약 3년 5개월 만에 ‘사이드카(프로그램매매 호가 일시 효력 정지)’ 알람이 울렸다. 코스닥시장에서 사이드카는 코스닥150 선물 지수가 기준 가격 대비 6% 이상, 코스닥150 지수가 직전 거래일의 최종 수치 대비 3% 이상 상승한 후 동시에 1분간 지속될 때 적용된다. 이날 오전 9시 57분 코스닥150 선물 지수가 6.02%, 코스닥150 지수가 7.3% 오르면서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한국 주식 시장에 우호적인 환경이 만들어져 있었다. 미국 10월 고용보고서가 예상을 밑돌면서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이 끝났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5%선을 넘었던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4.5%대까지 하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1300원 아래로 떨어졌다. 일본 니케이225지수를 비롯해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홍콩 항셍지수 등이 이날 일제히 상승한 배경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공매도 전면 금지 조처가 불을 질렀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서 매도한 뒤, 실제로 주가가 하락하면 되사는 방법으로 차익을 얻는 매매기법이다. 하지만 공매도 전면 금지와 함께 주가가 뛰자, 공매도 투자자들이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주식을 사들이는 쇼트 커버링에 나서면서 지수 상승 폭이 더 커졌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7042억원어치, 471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코스피200 선물도 1조4579억원어치 ‘사자’에 나섰다.

공매도가 몰렸던 이차전지 종목의 주가가 급등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하루 새 20% 넘게 주가가 올랐다.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 등 다른 이차전지 셀 종목도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POSCO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 LG화학, SKC 등 역시 일제히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코스닥시장 대장주인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는 나란히 상한가(가격제한폭 최상단)를 찍었다. 에코프로비엠은 30만원선을 눈앞에 뒀고, 에코프로는 80만원대를 회복했다.포스코DX와 엘앤에프 등 이차전지 관련 종목들도 20%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밖에 무역업(19.04%), 해운업(9.47%), 정보기술(IT) 서비스(8.43%), 디스플레이패널(6.75%) 등 대부분 업종의 주가가 올랐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그동안 낙폭이 과대했다는 인식과 더불어 상대적으로 공매도 잔고가 컸던 이차전지 밸류체인(가치사슬)을 중심으로 급등세가 전개돼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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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금지 첫날인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서 관계자가 급등한 에코프로 주가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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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전면 금지 첫날 개인 투자자들의 바람대로 지수가 큰 폭으로 뛰었으나, 장기적으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악재가 적절히 반영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골드만삭스는 이차전지 가격이 앞으로 3년 뒤 40%가량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고, 실제로 완성차 업체들이 전가치 전환 속도를 조절하고 나섰다”며 “이런 상황이 주가에 적절히 반영되지 않다가 나중에 급락할 수 있어 불확실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형주를 제외한 종목에서 외국인 수급이 더 빠듯해질 것이란 시각도 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외국인이 쇼트 커버링만큼 롱 포지션도 정리해야 하는데, 우선 중·소형주부터 외국민 매수세가 빠질 가능성이 크다”며 “외국인 수급 상황을 꾸준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권오은 기자(ohe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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