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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통화·외환시장 이모저모

​만기부터 통화까지…다양해지는 '목돈 굴리기' 선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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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일부 정기예금, 6개월 만기가 12개월보다 금리 높아

'역대급' 엔저 현상에 엔화예금 증가 추세…"투자 신중해야"

아주경제

서울 시내에 설치돼 있는 주요 시중은행의 현금 자동 입출금기(ATM)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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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에서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금리와 환율 등 지표가 시시각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소비자들이 목돈을 굴리는 데 활용하는 예금 등 상품을 선택할 때도 ‘정답’의 개념이 사라지고 선택지가 늘고 있다. 1년 미만의 정기예금 상품 금리가 오르는가 하면 최근 엔저현상이 심화하자 ‘환테크’를 겸한 엔화예금도 늘고 있다.
만기 짧은데 금리 더 줘…정기예금 가입 증가에 만기 분산

우선 최근 은행권에서 단기 정기예금이 주목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같은 예금상품의 금리는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높다. 그러나 최근 6개월 만기 상품의 금리가 12개월 만기보다 높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소비자와 금융회사 사이에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6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KB 스타(Star) 정기예금’ 6개월 만기 상품의 최고금리는 연 4.00%, 12개월 만기 상품의 최고금리는 연 3.95%로 나타났다. NH농협은행 ‘NH왈츠회전예금 II’도 6개월 만기 상품의 금리 상단이 연 4.05%로 12개월 만기(연 3.95%)보다 0.1%포인트 높다.

이 밖에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 △하나은행 ‘하나의 정기예금’ △BNK부산은행 ‘더(The) 레벨업 정기예금’ △케이뱅크 ‘코드K 정기예금’ 등은 6개월·12개월 만기 상품의 최고금리가 같다.

은행들이 이처럼 만기가 짧은 정기예금에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하는 것은 만기를 분산하기 위해서다. 시중금리가 높아지면서 정기예금 가입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를 한 번에 돌려주려면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채권 시장이 경색되면서 은행들이 수신상품 금리를 높여 자금을 끌어모았을 때 만기가 1년으로 설정된 경우가 많았다. 금융권에서는 당시 은행권에서만 정기예금이 116조원가량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대규모 만기가 한꺼번에 도래하자 은행권은 올해도 비슷한 시기에 수신경쟁에 돌입했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대 은행에서 지난달 늘어난 정기예금 잔액은 13조6835억원에 달한다. 대규모 만기를 소화하고도 14조원 가까운 자금을 더 끌어모았다는 의미다.

이에 일부 은행이 6개월 만기 상품에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 만기를 분산하고 나선 것이다. 내년 이맘때 만기가 몰리면 이를 돌려주기 위해 또다시 치열한 수신 경쟁을 반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소비자도 만기가 짧고 금리가 높은 상품에 가입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주요국 통화정책이 긴축에서 완화로 전환되는 ‘피벗’이 이뤄질 가능성과 관련해 내년 상반기·하반기로 의견이 갈린다. 이처럼 시중금리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일단 주기가 짧은 예금상품에 가입한 뒤 상황을 지켜보려는 것이다. 일부 금융소비자들은 시중금리 고점을 기다리면서 언제든지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요구불예금’에 자금을 예치한 뒤 대기하기도 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은행권의 1년 미만 만기 정기예금 잔액은 360조9129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11조7831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1~2년 만기 정기예금 잔액이 1조6517억원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금융소비자들이 단기 상품에 쏠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금융소비자들이 이와 같은 전략을 사용하는 것은 시중금리가 계속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기예금 상품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지표 중 하나인 1년물 은행채 금리는 지난 9월 15일 연 4%를 돌파한 뒤 최근에는 4.1%대 중반까지 올랐다. 6일 기준 4.133%로 2개월 전(9월 6일·3.926%)보다 20bp(1bp=0.01%포인트) 넘게 상승했다.

일각에서는 고금리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의견이 분분한 만큼 전략적인 만기 선택이 중요한 시점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현시점에서 불확실성이 강한 구간이 내년인데, 6개월 상품의 만기가 도래하기 전에 시중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전히 은행권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도 높은 수준이다. 시중금리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금리 상단을 연 4%대로 제시하는 정기예금 상품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2개월 만기 기준 13개 은행의 20개 상품이 연 4% 이상의 최고금리를 제시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년 하반까지 시중금리가 높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면 금리가 높은 6개월 만기 상품을 활용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올해 상반기처럼 내년 상반기에 시중금리가 지금보다 낮아진다면 현재 시점에서 12개월 만기를 선택하는 게 이득일 수 있다. 소비자 판단에 따라 만기를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익성 방어 나선 저축은행…오히려 금리 낮춰

만기 시점과는 별개로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여전히 오름세다. 연 최고 4.35% 금리를 제공하는 SC제일은행(e-그린세이브예금)을 필두로 5대 은행도 모두 연 4% 이상의 정기예금 상품을 내놨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지방은행은 이보다 높은 금리를 제시해 금융소비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전북은행은 ‘JB 123 정기예금’을 통해 12개월 만기 기준 연 최고 4.3% 금리를 제공한다. DGB대구은행(4.25%), 광주은행(4.19%), BNK부산은행(4.15%)도 5대 은행보다 높은 최고금리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 업권은 통상적으로 은행 예금금리보다 0.8~1.0%포인트 높은 금리를 제시한다. 은행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규모도 적고 연체율 등이 높아 고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수신상품 금리를 낮추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지난달 6일 12개월 만기 기준 4.19%였던 저축은행 정기예금 금리 평균은 한 달 사이에 0.07%포인트 하락했다. 금융권은 저축은행 업권이 수익성 방어에 돌입하면서 예금금리가 숨 고르기에 돌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이 예금상품 금리를 높이면서 기존의 금리 격차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차별화된 상품에 역량을 집중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저축은행이 선택한 ‘차별화’는 공교롭게도 6개월 만기 상품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OSB저축은행은 6개월 만기 정기예금 상품에 연 4.5% 금리를 제시하고 있다. 오투·조은저축은행도 6개월 만기 정기예금 상품 금리가 연 4.4%다. 6개월 만기 기준 은행권 최고 금리(연 4.2%)보다 0.2~0.3%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6일 기준 저축은행 업권 평균은 연 3.44%로 1개월 전보다 0.02%포인트 올랐다.

이처럼 은행·저축은행 등 업권에서 만기를 기준으로 다양한 금리 변화가 일어나면서 금융소비자들의 선택지도 넓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화예금 급증…이자 없지만 ‘환차익’ 기대

최근 엔화 가격이 떨어지면서 엔화로 된 예금도 확대되는 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엔화예금 잔액은 9월 기준 83억8000만 달러(약 11조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후에도 엔저 현상이 지속되면서 엔화예금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6일 100엔당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2.55원 내린 867.38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이후 1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기간에도 엔화 예금이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국내 5대 은행에 예치된 엔화 예금 규모는 9월 말보다 616억엔(약 5396억원) 늘어난 1조951억엔(약 9조5653억원)이다.

국내은행에 엔화를 예금하면 이자가 붙지 않는다. 그러나 금융소비자들은 15년 만에 찾아온 엔저 현상을 통해 환차익을 기대하는 눈치다. 예컨대 현재 약 870원인 100엔당 가격이 올해 4월 까지만 해도 1000원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단순 계산으로 14.9%의 환차익을 거둘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당분간 엔화가 현재 수준에서 머물 수도 있다는 분석과 함께 엔화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무턱대고 엔화예금을 늘렸다가 급하게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난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엔화가 매우 저평가된 상황인 것은 맞다”면서도 “그러나 엔화 가치가 언제쯤 반등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한 상태이므로 단기적인 수익을 원한다면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주경제=장문기 기자 mkmk@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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