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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크립토 윈터 끝나나… 비트코인 현물 ETF 한국 출시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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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비트코인 이미지.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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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내년 초 출시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비트코인 가격 상승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 ETF가 증시에서 거래되면 대형 기관 투자자들은 그동안 각종 규제로 살 수 없었던 비트코인을 ETF 매수 방식으로 포트폴리오에 추가할 수 있게 된다. 기관들이 사실상 가상자산 투자 시장에 진출하게 되는 셈이다.

ETF는 인덱스펀드를 거래소에 상장해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도록 만든 상품이다. 개별 주식 등을 선택하지 않아도 되고, 상시 매매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주식뿐 아니라 채권, 원자재 등을 ETF 형태 상품으로 거래한 지는 오래됐다. 가상자산 시장 관련 ETF도 이미 등장했다.

비트코인 선물을 기반으로 한 ETF는 이미 지난 2021년부터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에 상장됐다. 미래의 비트코인 가격을 예측해 선물 계약을 매수하는 상품이었다. 대표적인 비트코인 선물 ETF인 BITO(ProShares Bitcoin Strategy)가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됐으며, 2배 레버리지 및 하락에 베팅하는 ‘숏’(Short) 상품들도 이미 상장목록에 올라 있다.

그러나 선물과 현물은 성격이 다르다는 이유로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시도는 번번이 좌절됐다. 2021년 2월 캐나다에서 세계 최초 비트코인 현물 ETF인 BTCC(Purpose Bitcoin ETF)가 상장됐지만, 금융 중심지인 미국에서는 아직 현물 ETF는 승인되지 않았다.

비트코인 선물 ETF인 BITO의 경우 미국 시카고거래소(CME)의 비트코인 선물계약을 구입해 보유하는 구조다. 반면 비트코인 현물 ETF는 실제 기초자산인 비트코인을 구입해 보유해야 한다. 미국에서도 현재 자산운용사 10여곳이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을 추진 중이다. 대표적으로 세계 최대 운용사인 블랙록이 지난 6월 이 대열에 합류했다.

블랙록은 1988년 설립된 자산운용사로 9조 달러 이상의 운용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중 ETF는 전체 운용자산의 33%를 차지하고 있다. 당국에 대응 논리를 갖춘 대형 운용사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늦어도 내년 1분기 중에는 첫 상장 사례가 나올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전망이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 현물 ETF가 현실로 다가왔다”며 “주요 운용사들이 신청에 나선 만큼 승인은 시간문제”라고 전망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승인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면서 최근 비트코인 가격도 급등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 지난 2일 1비트코인 가격은 4866만1000원까지 올랐다. 올해 초 2100만원 대에서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가격이 2배 이상으로 뛰었다. 지난해 5월 이후 1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모처럼 상승한 배경에는 현물 ETF 상장으로 기관 투자자 시장 참여가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깔렸다. 비트코인은 현재 회계나 규제 등의 이유로 기관에서 매입할 수 없는 자산이지만 현물 ETF가 출시되면 기관 포트폴리오에 간편하게 편입될 수 있다. 주식이나 퇴직연금계좌 등을 통해 운영되는 자금이 비트코인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비트코인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현물 ETF 상장 이후 200억달러(약 26조원) 이상의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코빗 리서치센터의 정석문 센터장·최윤영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런 관측을 언급하며 “이 수치는 보수적인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 투자전략부는 지난달 ‘2024년 비트코인이 온다’ 보고서에서 보수적인 시나리오 하에서는 전 세계 ETF 운용자산(AUM) 중 100억달러가, 다소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는 금 ETF 총 AUM와 맞먹는 900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시장에 활기가 돌면서 크립토 윈터가 끝나고 추세적인 상승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윤창배 업비트 투자자 보호센터 연구원은 “비트코인 현물 ETF가 상장되면 운용사가 비트코인을 직접 매수해 보유해야 한다”며 “거대한 자금력을 보유한 기관들의 비트코인 매집 수요가 크면 클수록 기초자산 가격도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세 조작 가능성, 보관에 대한 안정성 문제 등이 더 확고하게 검증된다면 크립토 윈터도 더 빨리 극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과거 금융시장을 살펴보면 모든 현물 ETF 출시가 기초자산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2003년 금 현물 ETF 출시 이후 금 시장에 풍부한 유동성이 공급되며 시장 활성화로 이어졌지만, 구리의 경우 ETF 수급과 별개로 원자재 시장 수요에 따른 가격 변동성이 더 크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윤 연구원은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와 맞물려 비트코인의 동반 수요 확대가 더욱 중요하다”고 전망했다.

김수정 기자(revis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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