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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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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못 고쳐 쓴다는 이준석 “신당 창당, 이미 실무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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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계·진보정당 인사들과 교류”

부산 찾은 인 위원장과 만남 거부
“환자는 서울에” 대통령과 각 세워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5일 신당 창당과 관련해 “비명(비이재명)계를 포함해 진보정당 계열 인사들과 교류하고 있다”며 이미 실무적 준비까지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직접이 전 대표를 찾으며 ‘통합’을 강조했지만 신당을 향한 버스는 이미 시동을 건 모양새다.

이 전 대표는 전날 인 위원장 앞에 “(당을) 혁신으로 고쳐 쓸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환자는 서울에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신당 창당이라는 게 말을 하면 ‘뿅’ 하고 내일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라며 “실질적으로 이미 사람들을 만나면서 움직이고, 실무적인 준비를 하는 건 한동안 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명계를 다 포함해 진보정당 계열 인사들과도 교류하고 있다”며 이념 구분 없이 다양한 정치권 인사들을 만났다고 전했다.

이 전 대표의 마음이 신당 창당 쪽으로 기운 것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에도 윤 대통령이 달라질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 국민의힘 지도 체제로는 윤 대통령의 책임을 묻거나 변화를 견인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그런 만큼 당정관계 개혁을 혁신 의제에서 아예 제외한 인 위원장의 이 전 대표 끌어안기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 윤 대통령 외에는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 움직임을 제어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인 위원장은 신당론의 핵심인 유승민 전 의원과 지난달 31일 만났고, 지난 4일 부산 경성대학교에서 열린 이 전 대표의 토크콘서트를 불시에 찾았다. 인 위원장은 이 전 대표 징계 해제를 1호 혁신안으로 제안하고, 당 혁신에 대한 조언을 듣겠다며당내에서 함께하자는 뜻을 내비쳤다. 인 위원장은 이날 MBN에 출연해 “신당을 만들면 본인도 우리도 서로 좋지 않다”며“통합해야 한다. 신당 발표하는 날까지 안으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전날 토크콘서트를 찾은 인 위원장 앞에서 영어로 “내가 환자인가. 진짜 환자는 서울에 있다”며 “당신(인 위원장)은 그와 대화를 해봐야 한다. 그는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저는 (국민의힘에 대한 기대를) 어느 정도 내려놨다”며 “혁신이라는 말로 고쳐 쓸 수 있는 단계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2020년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의 패배가 덜 뭉쳐서 졌나”라며 인 위원장이 말하는 ‘통합’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 전 대표는 인 위원장이 당 핵심들의 희생을 요구한 것에 대해서도 “인 위원장은 그걸 얘기하면서 이철규는 훌륭한 사람이라고 왜 얘기했나”라며 “자기가 빚을 진 사람이나 자기를 밀어 올린 사람들은 건드리지 못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인 위원장이 말하는 혁신이 핵심을 겨누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한 ‘반윤연대’엔 선 그어…외연 확장 취지

경향신문

만남, 있었지만 없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4일 이언주 전 의원과 함께 토크콘서트를 하기 위해 부산 경성대학교에 도착해 관계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위 사진).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이 전 대표와 이 전 의원의 토크콘서트 행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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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 창당이 실제 이뤄질지의 관건은 보수를 넘어 얼마나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지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친윤 내에서는 이 전 대표의 신당 움직임이 과거 유 전 의원처럼 ‘배신자 프레임’에 갇힐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유 전 의원이 이끌던 바른미래당은 광역·기초의원을 제외하곤 단 한 명의 당선자도 배출하지 못했다.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낙선자들은 바른미래당에 보수 표를 빼앗겼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구상하고 있는 신당의 방향성에 대해 단순한 ‘반윤연대’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보수 내 개혁세력을 넘어 중도·진보까지 외연을 확장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는 “보수 중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도하는 큰 덩어리와 단순히 권력 싸움을 하는 신당은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념적) 스펙트럼은 핵심 가치를 빼놓고는 제한을 두지 않을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 전 대표는 “어느 정당이든 다양성을 추구하겠다고 하면서도 최종 의사결정 과정은 논쟁이 아니라 우격다짐”이라며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해 합리적 논쟁을 할 수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있으면 재미있는 시도가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신당 창당 여부에 대한 이 전 대표의 최종 결심 시점은 내년 총선을 100일 정도 앞둔 연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12월27일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의미 있는 날짜”라며 “총선 100일 앞두고 당내에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이 개선이 안 되면 그 뒤에 이미 국민들은 여당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12월27일은 이 전 대표가 2011년 ‘박근혜 비대위’ 소속으로 정계에 입문한 날짜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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