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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현 교수의 글로벌 미디어 이해하기]〈92〉망중립성 정책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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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글로벌 미디어시장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이슈 중 국내에서 심각하게 다루어지지 않은 것 중 하나가 아마도 망중립성이 아닌가 한다. 망중립성과 연관성이 있어 보이는 망 대가에 대해선 국내기업과 글로벌기업인 넷플릭스간 소송으로 알려진 정도다. 글로벌 이슈로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지기도 하였다.

미국에서는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지 3년 가까운 지금에서 FCC 5인 위원 구성을 마치자 최우선으로 들고 나온 이슈가 망중립성 정책이다. 오바마 정부가 수립했지만 트럼프 정부가 폐기한 망중립성 정책의 복원을 위한 의견수렴 절차를 밟고 있다.

미국 망중립성 정책은 정부에 따라 변경됐다. 오바마 정부의 '오픈인터넷 (망중립성) 촉진과 보호'는 트럼프 정부에서 '인터넷 자유와 회복'으로 변경됐다. 바이든 정부는 FCC 공식 문서도 '오픈 인터넷보장과 세이프가드에 관한 것' 이라고 표방하며 오바마정부 정책으로의 회귀를 선언했다. 주된 내용은 인터넷 서비스를 기간통신 서비스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정책 수정에 대해 찬반 양론이 거세게 일고 있으며, 복원되더라도 사업자들은 연방법원으로 이 정책을 끌고 갈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FCC의 최우선 과제가 망중립성 정책이다. 미디어 산업에서 망중립성이 가지고 있는 위치와 의미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영국에서는 망중립성 정책에 대한 법제화를 밟고 있는 시점에 지난 해 발표한 망중립성 검토 보고서를 수정했다. 현재 기술적으로 큰 진보를 보이는 인터넷과 미디어시장의 환경 변화에 맞춘 가이드라인 필요성 때문에 새로이 마련해 의견수렴 중이다.

망중립성 정책이 수립된 이래 인터넷환경의 변화 중 가장 큰 것은 소비자들의 인터넷 트래픽의 급증이다. 이로 인해 ISP들은 네트워크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릴 수 밖에 없다. 트래픽 증가의 가장 큰 요인은 넷플릭스를 비롯한 소수의 글로벌 콘텐츠 제공자들 때문이다.

또한, 지금까지는 네트워크 사업자들이 콘텐츠 제공자들의 게이트키퍼(문지기)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애플이나 구글과 같은 사업자들이 자사의 OS이나 앱을 통해 소비자들의 콘텐츠 접근을 제어할 수 있는 문지기 역할을 하고 있다.

더욱이 인터넷 속도와 망 대역폭을 급격하게 증가시킨 광네트워크와 5G 확대 등 기술 발달로 AR과 VR과 같은 다양한 새로운 서비스들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전화선으로 접속한 인터넷을 이제는 광네트워크와 5G등으로 대변되는 광대역 인터넷의 확대로 접속을 넘어 상상했던 서비스들이 현실이 되어 가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초기의 망중립성 정책은 공정하고 차별없는 인터넷 접속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이제는 망중립성 정책의 기본 원리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광대역 인터넷을 활용한 다양한 창의적 서비스를 제공하게 하는 것에 있는 듯 하다. 영국 오프콤(OFCOM)의 수정된 망중립성 보고서는 이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가이드라인을 보면 ISP들이 예를 들어 초지연이 필요한 VR과 같은 프리미엄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5G와 광네트워크를 사용해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VR이나 자율주행 자동차와 같은 전문화된 서비스 제공도 가능하게 했다. 소비자에게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조건을 내세우긴 했지만 ISP들은 트래픽 관리도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제한된 경우에 한에서 자사의 특정서비스에서 데이터 면제를 뜻하는 제로레이팅 서비스 제공을 허락한다는 것이다.

이 가이드라인은 초기 망중립성 정책 관점에서 보면 굉장히 유연하게 설정한 것이다. 변화된 인터넷환경에 적합한 서비스를 망중립성 기본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프리미엄 또는 전문화된 서비스나 트래픽 관리 허용한 것이다.

기본 원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기술의 발전과 진화에 의한 환경 변화에 따른 다양하고 창의적인 서비스를 가능케 하는 정책의 유연성이 어느때보다 중요한 시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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