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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원리금으로 300만원 가까이 나간다. 배달 음식이나 영화관 가는 거는 꿈도 못 꾸죠”
지난 2021년 총 3억여원을 대출 받아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신축 빌라를 매매한 주모(29)씨. 그는 ‘벼락거지’에 몰릴 것이란 위기감에 대출이자를 감수하면서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선택했다. 하지만 올해 급격히 치솟은 금리에 원리금은 기존 250만원에서 300만원 수준으로 뛰었고, 여기에 고물가까지 더해지며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주씨는 “빚 갚는 것이 삶의 전부가 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좀처럼 잡히지 않는 고물가와 고금리에 청년 ‘영끌족’들이 수렁에 빠지고 있다. 5일 통계청 통계개발원에서 발표한 ‘청년부채 증가의 원인과 정책 방향’에 따르면 기준금리 1%포인트 인상 시 20대의 연간 소비 감소폭은 약 -29만9000원(-1.3%)으로 60대의 -3만6000원(-0.2%)보다 8.4배 큰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소비 감소폭은 -20만4000원(-0.8%)으로 20대 다음으로 많았다.
충분한 자산 형성이 안 돼 있고, 임금 수준도 낮은 청년들이 갑작스런 생계비 상승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가 어려워 소비를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생활고를 느끼는 청년들은 제2금융권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연체율이 높아지는 등 원리금 상환에 실패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무소속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20대 새마을금고 다중채무자 연체율은 4.33%를 기록했다. 2020년 1.43%였던 연체율이 3년 만에 3배 이상 오른 것이다.
여기에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무력충돌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소비자물가가 세 달 연속 3%대 고공행진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은 가뜩이나 고금리로 처분가능소득이 쪼그라든 청년들의 주머니 사정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청년들의 경제난은 결혼이나 출산 기피를 초래해 단순히 개인적 차원을 넘어 인구감소 등으로까지 확대된다는 점에서 문제라는 지적이다.
‘88만원 세대’의 저자인 우석훈 경제학자는 “청년들에게는 가혹하지만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 저금리 대출 지원 등 금전적 지원은 지양해야 한다”면서도 “통장 잔고를 기준으로 정말 생활이 어려운 청년 대상 긴급생활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근본적으로는 정부가 주담대에 있어 변동금리보다는 고정금리를 강화해 금리 리스크를 줄이고, 무엇보다도 사회주택, 임대주택 등을 늘려 청년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채명준 기자 MIJustic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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