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도권 인구비중 OECD 1위
수도권서 경쟁 청년들 ‘저출생’에 영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일 서울 한국은행 별관에서 인구구조 변화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제를 주제로 열린 지역경제 심포지엄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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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각지 청년들의 수도권 쏠림이 우리나라 저출생과 성장잠재력 훼손의 중요한 원인이라는 분석을 한국은행이 내놨다. 저출생을 완화하고 추락하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수도권이 아닌 곳에 거점도시를 만들어 산업과 사회간접자본시설(SOC)을 몰아줘야 한다는 게 한은의 처방이다.
한은 조사국 지역경제조사팀은 이런 내용을 담은 ‘지역 간 인구 이동과 지역경제’란 보고서를 2일 열린 지역경제 심포지엄에서 발표했다. 보고서를 보면, 수도권 인구 비중(50.6%)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6개국 중 가장 크다. 특히 인구 2~4위 도시 합산 인구 비중은 비교 대상 국가 중 중하위권 수준이다. 그만큼 한국의 수도권 집중은 주요 선진국 중에서도 이례적인 수준으로 높다는 뜻이다.
한은은 그 원인을 출산과 사망과 같은 지역 간 인구 자연 증감 차이가 아니라 지역 간 이동(사회적 증감)에서 찾았다. 특히 청년층(15~34살)의 수도권 유입을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했다. 실제 2015년 이후 2021년까지 수도권에서 순유입 등으로 늘어난 인구의 78.5%가 청년층이었다. 정민수 한은 지역경제조사팀 차장은 “지역 간 기대소득 차이, 문화·의료 서비스 차이 등을 고려하면 청년층의 이동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청년층 중심의 수도권 전입 인구 증가는 저출생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저출생은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추세적으로 떨어뜨리는 핵심 요인이다. 보고서는 “청년이 빠져나간 지역 출산은 급감했으나 수도권의 출산 증가가 이를 상쇄하지 못하고 있다”며 “인구밀도가 높을수록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출산을 늦추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한은은 2001년부터 누적된 비수도권 청년층 유출에 따른 ‘출산 손실’ 규모는 약 6천명, 수도권 인구밀도 상승에 따른 출산 손실 규모는 4800명으로 추산했다.
한은은 지역 거점도시 육성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그에 따른 효과도 구체적인 숫자로 제시했다. 다만 거점 후보 도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보고서는 “현재 지역 간 인구 이동 추세를 방치하면 30년 뒤인 2053년엔 전체 인구가 600여만명 감소하며, 수도권 비중은 53.1%까지 뛴다”며 “거점도시를 구축하면 수도권 비중은 같은 기간 최대 45.2%까지 감소하고, 인구 감소 폭도 약 50만명 줄일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 발표는 정부·여당이 최근 김포시 서울 편입을 포함한 ‘메가시티 서울’ 구상을 내놓은 시점에 나왔다. 연구를 주도한 정 차장은 ‘메가시티 서울’ 구상에 반대하는가’란 취재진의 질문에 “메가서울 개념과는 별개로 진행된 연구다. 반대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말하기 애매하다”고만 말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 참여한 홍석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상임위원(서울대 교수·경제학)은 ‘인구 위기의 지역경제 파급 영향과 정책 대응 방안’이란 제목으로 발표에 나서 “지역소멸 위기에 대응하려면 지역사회의 청년 이탈을 막고 수도권에 있는 청년층의 지방 이동을 촉진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모든 기초지자체가 기업과 청년 유치에 나서 모두 성공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비효율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역별 거점도시를 육성하고 이 거점도시의 경제적 성과와 혜택을 인근 지역과 나누는 방안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제안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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