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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물가와 GDP

사과 사려고 반찬 줄였다…장바구니 물가 2년 사이 25%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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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상승 둔화’ 체감 못 하는 이유

한겨레

2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김장재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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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보면서 카트에 몇 개 담다 보면 10만원, 20만원 금방금방 넘어가요. 4살 딸 좋아하는 사과는 울며 겨자 먹기로 4개 2만원에 사고, 대신 반찬 가짓수 확 줄였어요. 저랑 남편은 아메리카노 사 먹는 대신 회사 탕비실 커피 마시기로 했고요.”

서울 용산구에서 사는 36살 남아무개씨가 느끼는 물가 오름세는 다달이 발표되는 소비자물가상승률 수치하고는 사뭇 다르다. 물가 오름세가 지난해보다는 둔화했다지만, 최근 몇달 사이 장바구니 물가 오름세는 유난히 가팔라진 탓이다. 3일 통계청 발표를 보면, 지난달 신선식품 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12.1%나 올랐다. 2년 전인 2021년 10월에 견주면 누적 상승 폭이 24.9%나 된다. 전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1년 전 같은 달에 견줘선 3.8%, 2년 전에 견줘선 9.7% 오른 것과는 차이가 크다.

신선식품 지수는 신선어개나 신선채소, 신선과실 등 총 55개 품목(전체 소비자물가지수 구성 품목은 총 458개)을 대상으로 집계되며 ‘장바구니 물가’에 가까운 지수로 여겨진다. 이런 장바구니 물가가 전체 소비자물가보다 더 많이 오른 것은,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오르고 내리는 폭이 큰 편이기 때문이다.

올해의 경우 일교차가 평년보다 큰 이상 기온이 이어지며 통상 추석을 지나면 공급이 늘어 안정화하던 농산물 가격이 추석 이후인 10월에도 높은 수준으로 유지됐다. 지난해 같은 달 대비 72.4%나 오른 사과 등 신선과실의 상승률이 26.2%로 매우 컸고, 신선채소 상승률도 5.4%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3.8%를 웃돌았다.

장바구니 물가 오름세가 커지자 정부 대응 태세도 분주해졌다. 정부 전망대로 연말까지 물가 상승세가 완만하게 둔화하더라도, 장바구니 물가 오름세가 가파르면 체감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모든 부처가 물가 안정을 최우선 순위로 두는 범부처 특별물가안정체계를 즉시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단 김장철이 다가오는 만큼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인 총 245억원을 투입해 배추와 무 등 14종 김장재료의 할인 품목과 할인 폭을 확대하기로 했다. 바나나, 망고, 전지·탈지분유, 버터, 치즈, 코코아 등 8개 수입 과일·식품 원료에 대한 신규 할당관세도 적용한다. 장보현 기재부 물가정책과장은 “쌀, 배추, 시금치, 사과 등이 10월 중하순을 지나며 하락세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뒤늦은 농산물 출하가 이어지며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이달엔 지난달에 견줘 조금 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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