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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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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美 IRA를 기회로 활용할 최적 국가" [2023 코라시아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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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코라시아포럼]
브라이언 디스 전 미 NEC 위원장-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
'글로벌 경제질서 재편 : 미국의 시각' 주제 대담
한국일보

2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호텔에서 '재편되는 세계경제, 한국의 생존전략은'을 주제로 열린 '2023 코라시아포럼' 중 브라이언 디스(오른쪽) 전 미국 국가경제위원장과 김종훈 전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화상으로 대담을 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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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최적화된 국가입니다."
브라이언 디스 전 미 국가경제위원장

'IRA의 아버지'로 불리는 브라이언 디스 전 미국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IRA 시행 1년 남짓 지난 현시점에서 내린 평가다. 한국에선 지난해 8월 발효된 IRA가 미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에 호재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북미시장 내 경쟁 심화'라는 악재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의 초안을 마련한 디스 전 위원장은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한국 기업들이 미국 경제를 선도하게 될 것"이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디스 전 위원장은 2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 호텔에서 '재편되는 세계경제, 한국의 생존전략은'이라는 주제로 한국일보·코리아타임스가 주최한 '2023 코라시아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디스 전 위원장은 오바마 행정부 초기 백악관에서 기후변화, 연방 예산 등 굵직한 의제들을 맡은 핵심 멤버로, 올해 2월 NEC 위원장 사임 후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혁신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디스 전 위원장은 '미국의 시각으로 본 글로벌 경제질서 재편'이란 주제로 김종훈 전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화상 대담을 진행했다. 김 전 본부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을 주도했고, 국회의원을 거쳐 올해 3월까지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했다.

김 전 본부장은 국내 재계의 IRA에 대한 관심과 함께 시행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실질적으로 이 법이 미국 경제에 어떤 효과를 가져왔는지 물었다. 디스 전 위원장은 "기대했던 효과에 부합하는 수준"이라며 "최근 MIT 분석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미국에서는 2,130억 달러(약 286조 원)의 친환경 에너지 기술 관련 투자가 이뤄졌다"고 했다. 1년 전보다 37%, 5년 전보다는 165% 증가한 수치다.

디스 전 위원장은 또 "전체 친환경 에너지 기술 투자액 중 30%가 한국 기업 혹은 한미 기업 간 조인트벤처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SK, 현대차, 한화큐셀 등을 사례로 제시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혁신을 거듭했고, 지금 이 순간을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며 "현대차는 이미 미국 내 2위 전기차 제조업체고, 한화큐셀은 가정 및 상업용 배터리 1위 공급업체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 시장을 선점한 효과가 중장기적으로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한 셈이다.
한국일보

미국 켄터키주 '블루오벌 SK'의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이 한장 건설 중이다. 블루오벌SK는 국내 배터리 제조사인 SK온과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의 합작사다. SK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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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본부장은 IRA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보조금을 활용한 정부 주도 산업정책이 비등하고 있는 현실을 제시하며 "글로벌 공정 경쟁을 저해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디스 전 위원장은 비판적 시각이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미국 역사를 돌이켜보면 건국 초기부터 남북전쟁 이후 국가 재건기, 2차 세계대전 발발과 냉전 시기에도 이런 경향은 뚜렷했다"고 반박했다. 다만 "주요 무역국들과 보조금 제도의 운영 방식에 대해 투명하게 소통해야만 보조금 경쟁이 악용되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디스 전 위원장은 미중 무역갈등과 관련해 올해부터 미국이 디커플링(탈동조화) 대신 디리스킹(위험축소)으로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해선 "단순한 단어의 의미를 넘어 두 가지 실질적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먼저 미중 간 교역 규모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 디커플링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꼽았고, 중국의 불공정 경쟁이나 관행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응한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또 "글로벌 성장 환경이 불안정한 주요 요인은 중국이 목표 성장률을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미국은 중국의 성장을 제약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으며 공정한 경쟁을 달성하려는 목표를 지향하는 것일 뿐"이라고 부연했다.

한미동맹 70주년에 대해서도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지금은 세계화 시대를 벗어나 '파편화'와 '회복력'으로 정의되는 시대로 이행하고 있다"며 "우방 및 동맹국과의 관계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미 양국은 안보와 공동의 가치라는 기반 위에 경제적 우선순위를 공유하는 관계로 진화했다"며 "앞으로도 양국이 구축한 동맹을 널리 확장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배시진 인턴 기자 baesijin12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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