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숨고르기'를 이어가면서 한국은행이 또 한 번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올해 마지막인 11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다만 미국이 다음 달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여전한 데다 잡힌 듯 보였던 물가가 다시 고개를 드는 상황이라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오는 30일 오전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가 개최된다. 12월에는 금통위 일정이 없어 올해 마지막 금리 결정일이다. 현재 기준금리는 3.5%. 한은은 지난 1월 0.25%포인트 인상을 끝으로 2월부터 6차례 연달아 금리를 동결했다.
앞서 미국 연준은 1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했다. 지난 9월에 이은 2연속 동결이다. 한·미 기준금리 격차도 2.00%포인트로 유지됐다.
한은으로서는 다소 부담을 덜게 됐다. 연준의 동결 결정으로 양국 간 금리 차 확대에 따른 원화 가치 추가 하락과 외국인 자금 유출 등 부담이 완화됐기 때문이다. 다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파월 의장은 12월 인상 여부에 대해 "그때까지 나오는 각종 지표를 보면서 실시간 미팅을 통해 결정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투자은행인 웰스파고(Wells Fargo)는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 뒀다"면서 "금리 인상을 중지(pause)한 게 아니라 매파적 동결을 선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미국 금리 불확실성이 명백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한은도 일단 이달 금통위에서 동결을 결정하고 향후 연준 행보를 지켜볼 것이라는 데 무게를 싣는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미국 국채 금리 급등 등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가운데 가계부채 증가와 같은 금융 불균형 확대를 우려해 11월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미국의 긴축 기조 장기화와 인플레이션·가계부채 급등 이슈 등을 거론하며 금리 인상 가능성을 닫지 않고 물가 상승을 경계하는 메시지를 낼 공산이 크다. 당장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이 반년째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 중이고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10월 기준 3.8%로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다. 여기에 중동 전쟁으로 국내 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국제 유가 불확실성도 커진 상황이다.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고 있음에도 가계대출 증가 폭이 꺾이지 않거나 전쟁 등 변수로 물가 오름세가 지속된다면 한은도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진지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다. 전날 이 총재는 대한상공회의소와 공동 개최한 세미나에서 "내년 유가가 당초 예상(배럴당 84달러)보다 높은 90달러 이상으로 오른다면 물가 예측도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10월 금통위에서도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아주경제=배근미 기자 athena3507@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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