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7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고유가·농산물값' 영향
예측 틀린 정부 초비상...범부처 물가 잡기 총력전
비관론 확산..."중동 정세 불확실성으로 더 오를수도"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에 육박하며 7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올랐다. 정부 기대와 달리 물가가 재반등하는 가운데 난방비 등 생계형 지출이 늘어나는 동절기가 도래하고 있어 서민 가계의 부담이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2023년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8% 올랐다. 지난 2월(4.2%)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6.3%로 정점을 찍은 뒤 올해 7월 2.3%까지 내려왔다가 8월(3.4%) 이후 다시 3%대로 복귀한 데 이어 상승 폭을 키워 가고 있다.
국제 유가가 오르며 석유류 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떨어지는 데 그쳤다. 7월(-25.9%), 8월(-11.0%) 하락 폭과 비교해 눈에 띄게 둔화하며 전체 물가 상승률을 높였다. 이상 기후 여파로 농산물 가격도 13.5% 급등했다. 이에 생활물가지수와 신선식품지수가 각각 4.6%와 12.1% 상승하며 가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 상승률은 3.6%로 전월보다 0.2% 하락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 상승률도 3.2%로 0.1%포인트 내렸지만 정부 예상보다는 더딘 흐름이다.
물가 예측에 실패한 정부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예상보다 물가 하락 속도가 더 완만하다"며 "물가 안정을 최우선 순위에 두는 범부처 특별물가안정체계를 즉시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재부를 비롯한 유관 부처는 이날 오전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정부는 배추·무 등 14종 김장 재료 할인에 역대 최대 규모인 총 245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출하계약·비축물량 1만t을 집중 공급해 소비자 가격을 최대 50~60%까지 인하할 계획이다.
문제는 정책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한 가운데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소금(20.6%), 고추장(15%) 등 주요 식료품 가격이 두 자릿수 상승률을 나타내는 등 밥상 물가 전반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동절기로 접어들며 원유와 가스 등 에너지 가격까지 동반 상승할 경우 서민 가계가 더 궁지로 몰릴 수 있다.
11월과 12월에는 4%대로 뛸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최근 유가·농산물 가격 상승 등을 감안할 때 향후 물가 흐름은 지난 8월 전망 경로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은이 지난 8월 제시한 물가 상승률 목표치 3.5%는 물론 정부 목표치(3.3%) 달성도 요원해지고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으로 (물가가) 더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고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정부의 물가 목표치 달성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최예지 기자 ruizhi@ajunews.com
- Copyright ⓒ [아주경제 ajunews.com] 무단전재 배포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