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채널A ‘정치시그널’ 인터뷰 중 징계 해제 소식 전해 들어
“지지율이나 올려라” 툭 반응…인요한 혁신위원장 놓고는 ‘더 만나기 싫어졌다’ 반응도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사무실을 방문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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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당에서 나가면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를 거라던 어느 대변인의 방송 발언이 2일 혁신위원회의 ‘대사면’ 제안을 받아들인 지도부의 징계 해제로 어쩐지 머쓱한 꼴이 됐다. 징계 해제 당사자인 이 전 대표는 당의 어떠한 관계자와도 해당 건에 대해 소통한 바 없다면서,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당이 다 한다는 뉘앙스의 ‘고생이 많다’는 말로 ‘조소(嘲笑)’를 날렸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채널A ‘정치시그널’ 인터뷰 도중 당 지도부가 자신과 홍준표 대구광역시장, 김재원 전 최고위원 그리고 김철근 전 대표 정무실장의 징계를 일괄 해제한 소식이 전해지자 “안녕 얘들아”라고 운부터 띄웠다. 이어진 ‘당 지도부에게 하는 말인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이 전 대표는 “별로 할 말이 없다”면서 “지지율이나 올려라”라고 툭 던졌다.
앞서 국민의힘은 같은 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위가 제안한 이 전 대표 등의 징계 취소 제안을 의결했다. 인 위원장이 이끄는 혁신위는 당내 화합을 내걸며 이 전 대표 등의 ‘대사면(징계 일괄 취소)’을 1호 안건으로 내걸었었다.
김기현 대표는 회의에서 “당 윤리위의 징계 결정은 합리적 사유와 기준을 갖고 이뤄진 것으로 존중되어야 마땅하지만, 보다 큰 정당을 위한 혁신위의 화합 제안 역시 존중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회의가 끝난 후 “최고위는 혁신위의 당 화합 제안을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달 19일 김민수 대변인이 MBN ‘아침앤매일경제’에서 “이준석 전 대표가 당에서 나가면 지지율이 3~4% 오를 것”이라고 말한 것과 반대로 비친다. 당에서 이 전 대표가 나가야 지지율이 오른다던 대변인의 말만 보면 결국 모순이어서, 이처럼 판단한 김 대변인이 ‘이상한 사람’ 아니냐는 게 이 전 대표의 반응이다.
이 전 대표는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과 윤석열 대통령과 당에 대한 거듭된 공개 비난 등의 이유에서 지난해 당원권 정지 1년6개월 징계를 받고 내년 1월에 징계가 풀릴 예정이었다. 올해 7월 ‘수해 골프’ 논란으로 당원권 정지 10개월 징계를 받은 홍 시장의 징계 기간은 내년 5월까지였다.
광주 5·18 민주화운동과 제주 4·3 사건 등에 관한 잇단 ‘설화’로 당원권 정지 1년 징계를 받은 김 전 최고위원의 징계 기간은 내년 5월까지였으며, 김 전 최고위원은 최근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7월 이 전 대표의 성 상납 증거인멸 의혹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당원권 정지 2년 징계를 받았던 김철근 전 대표 정무실장도 해제 대상에 포함됐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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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이 전 대표의 채널A 인터뷰는 징계 해제 논의보다 뭘 해도 앞으로 국민의힘은 변하지 않는다는 관측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였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에게 ‘다른 사람 다리 긁지 말고 윤석열 대통령의 잘못부터 긁으라’고 지난달 MBC 라디오에서 말했던 이 전 대표는 유승민 전 의원을 ‘코리안 젠틀맨’이라고 평가한 인 위원장의 최근 JTBC ‘뉴스룸’ 인터뷰를 놓고서 오히려 ‘더 만나기 싫어졌다’고 반응부터 했다.
유 전 의원이 분명 면전에서 쓴 소리를 했을 텐데 어떠한 말도 전하지 않는다면서 ‘긍정적인 느낌을 받았다’던 인 위원장의 발언에 관해 “인요한 위원장이 뭔데 유승민의 정치 매너나 정치 인생을 평가하느냐”고 되물으면서다. 그리고는 “대한민국 국민 중에 유승민 의원이 어떤 캐릭터인지 모르는 사람이 없다”며, “유승민 의원의 인품이 부족하다고 보는 사람이 없는데, 그걸 대단한 얘기인양 와서 인요한 위원장이 평가한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서 유 전 의원이 어떠한 말을 했는지 인 위원장이 가능한 자세히 전했어야 한다는 의미다.
인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뉴스룸’에 출연해 ‘나라가 많이 걱정된다’던 유 전 의원의 우려를 언급하고는 그가 ‘애국자’라고 표현했다. 특히 산전수전을 겪고도 유 전 의원의 상처가 비교적 크지 않았다면서 ‘당에 유 전 의원과 만났다는 이야기를 했나’라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통보는 했다”며, 두 시간여 유 전 의원과의 만남에 대해 크게 입을 열지 않는 건 상대방 프라이버시 존중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인 위원장은 덧붙였다.
윤 대통령의 잘못을 긁어야 한다고 강조했던 점을 끌어온 듯 이 전 대표는 이 같은 인 위원장의 방송 인터뷰를 비판하고, “당에 쓴 약을 갖다 먹일 게 아니라, 비유적 표현이지만 대통령실에 약을 갖다 먹어야 한다”고 부각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둘러싸고 제기되는 신당 창당설을 놓고 진행자가 ‘당을 나가서 새로 정치활동을 할 게 1과 100사이 어느 정도인가’라고 묻자 “당이 제대로 변하지 않으면 100”이라고 이 전 대표는 답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지난 총선 데이터를 끌어와 국민의힘의 패배 격차를 내다봤던 것처럼, 최근 정치권의 새로운 이슈가 된 ‘김포 서울 편입론’을 놓고서 정확한 여론조사를 돌린다는 점을 전제로 이 전 대표가 “냉정하게 더블 스코어로 부정이 더 많을 거라고 본다”고 말한 대목도 눈길을 끌었다.
이 전 대표는 “김포가 서울에 편입된다고 해서 김포의 생활 여건이 갑자기 좋아지는 게 아니다”라며, “김포 면단위 지역에서 서울시청까지 길 안 막힐 때 차로 몇 시간인가 봤더니 1시간 반”이라고 했다. 더불어 “인프라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김포 시민들은 일시적으로 집값 상승이나 이런 걸 기대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겠지만 5개월간 지속되는 관심인가? 아니다”라고 자문자답했다. 정치권 일부에서 제기되는 ‘총선용 이슈’라는 지적과 궤를 같이하는 지적으로 읽힌다.
이 전 대표는 “긁지 않은 복권은 기대감이 있지만 긁는 순간부터 당첨 여부가 판별된다”며 국민의힘이 내건 ‘서울 편입론’ 효과가 기대된다면 한 달 후에는 ‘김포 집값 상승’ 등의 기사가 뜰 거라고 했다. 다만, “한 달 뒤에 그런 게 안 나오면 ‘뭐지?’가 되는 거고, 결과에 따라 휴지가 될 수 있는 게 복권”이라면서 생각보다 기대 효과가 나지 않는다면 국민의힘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취지로 짚었다.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해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의 의석수가 152석이었으나 20대 총선에서 122석, 21대 총선에서는 다시 111석으로 줄곧 떨어진 일을 끄집어낸 이 전 대표는 총선 예비후보 등록 시점이 될 12월초부터 여의도보다는 자기 표 확보를 위해 지역구로 의원들이 흩어져 ‘막걸리 마시고, 명함 돌릴 것’이라면서 그때 가서 비대위를 만들어봤자 씨알도 먹히지 않을 거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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