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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이스라엘 난민촌 공습, 수백명 사상…"적 지휘관 겨냥" "거짓말"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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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소탕하겠다며 벌인 공습으로 11만명 규모의 가자지구 난민촌에 폭탄이 떨어져 대규모 사상자가 나왔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지휘관과 시설을 노린 공격이라 해명했지만, 인근 아랍국가 등 국제사회는 강도 높은 규탄 성명을 내놨다.

이런 가운데 카타르의 중재로 가자지구에 갇힌 외국인과 중상 환자가 1일(현지시간) 라파 국경 검문소를 통해 이집트로 건너가기 시작했다.

지난달 31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의 자발리아 난민촌을 공습해 큰 폭발이 일어났다. 외신들은 폭발로 현장에 거대한 구덩이가 여럿 생기고 건물이 무너져 희생자가 속출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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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인들이 31일 가자 시티 외곽의 난민촌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쓰러진 사람에 천을 덮어주려는 모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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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인도네시아 병원의 무함마드 알 판 의사는 CNN에 "새까맣게 탄 시신이 수백 구"라고 전했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무함마드 이브라힘은 "빵을 사려고 줄 서 기다리고 있는데 아무런 경고 없이 7∼8기의 미사일이 떨어졌다"며 "땅에 거대한 구덩이들이 생겼고, 이곳저곳에 시신이 널려있었다"고 전했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최초 집계 결과 사망자는 50명, 부상자는 150명이라고 밝혔다. 정확한 사상자 규모는 집계되지 않은 가운데, 400명이 숨지거나 다쳤다는 하마스 측의 추정 발표도 나왔다. 또 자발리아 공습으로 인질 7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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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영토 위에 투하한 조명탄 모습.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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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피해가 유독 컸던 이유는 이곳에 많은 난민들이 몰려 있었기 때문이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에 따르면 이곳에는 7월 기준 등록된 난민만 11만6011명이다. 11만명이 여의도 면적(2.9㎢)의 절반인 1.4㎢에 살고 있어 피해가 컸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가자지구에서 간신히 복원됐던 전화·인터넷 등 통신이 1일(현지시간) 다시 전면 두절됐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통신망 두절은 이번 전쟁 들어 2번째다. 외신들은 통신망이 끊기면 인명피해 확인 등 구호활동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고, 전시 잔학행위가 은폐될 확률이 높아진다고 우려했다. 31일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날 지난달 7일 이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팔레스타인인 8525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여기에 이스라엘 측 희생자를 합치면 양측 사망자가 1만명을 넘어섰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IDF "하마스 겨냥" 하마스 "민간인에 범죄"



비인도주의적인 참사란 지적에 이스라엘군(IDF)은 하마스의 지휘관과 지하 터널 등 기반 시설을 겨냥한 공격이었다고 해명했다. IDF은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 기바티 보병 여단이 주도하는 보병들과 탱크 부대가 자발리아 서쪽에 있던 하마스의 근거지를 장악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7일 새벽 공격을 주도한 자발리아 여단의 지휘관 이브라힘 비아리를 포함해, 하마스 대원 수십 명을 사살했다고 전했다.

반면 하마스는 입장문을 통해 "공습 시간대에 자발리아에 있었던 우리 지휘관은 없다"며 "근거 없는 거짓말"이라 반박했다. 하마스 대변인 하젬 카셈은 "이스라엘이 지휘관 사살을 핑계로 민간인에 대한 범죄를 정당화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 이스라엘 공군 참모총장인 이얄 그린바움 준장은 영국 더타임스에 "우리는 공습 전 최다 12번 검토하는 등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민간인 피해가 발생한 건 하마스가 민간인을 이번 전쟁의 한 부분으로 이용했기 때문이라고 맞받아쳤다.

전날 밤 IDF는 자발리아 등을 포함한 하마스 시설 300여 곳을 타격했다. 특히 개전 이후 처음으로 하마스의 지하 터널 내부도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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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가자시티 외곽의 난민촌에 이스라엘이 공습을 가한 뒤, 파괴된 건물 잔해 속에서 생존자를 찾는 사람들의 모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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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국 거센 반발…유엔 "즉각 휴전 촉구"



난민촌 피폭에 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요르단·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 등 아랍 각국은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이집트는 성명에서 "주거 지역을 표적으로 삼은 비인간적인 행위"로서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중재자 역할을 자처해온 카타르도 이스라엘이 중재 노력을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하마스를 지원하는 이란의 나세르 카나니 외교부 대변인은 "이번 야만적인 공격을 가장 강한 언어로 규탄한다"면서 "가자지구 공습을 중단하라고 강조했다.

친팔레스타인 성향의 남미 국가들도 비판에 동참했다. 볼리비아는 3년 만에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다시 끊기로 했다. 31일 볼리비아 대통령실은 "우리 정부는 팔레스타인 주민과 연대하며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를 규탄한다"고 전했다. 2009년 볼리비아는 가자지구 공격을 문제 삼으며 이스라엘과 단교했다가 2020년 외교관계를 복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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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아르세 볼리비아 대통령.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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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콜롬비아도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습을 비판하며 이스라엘을 '나치'에 빗대 외교 갈등을 빚었다.

이스라엘 인권단체인 벳셀렘도 공습 직후 "민간인을 표적으로 하는 것은 항상 금지된다. 이스라엘은 공격을 지금 멈추라"고 호소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이날 "즉각 인도주의적 휴전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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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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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 이스라엘의 우방국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달 28일 가자 지구 공격에 항의해 사직서를 낸 유엔 인권최고대표 뉴욕사무소장인 크레이그 모키버는 "미국·영국 등이 제네바 협약에 따른 의무를 지키기는커녕 이스라엘의 무기를 대주고 정치적·외교적으로 엄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카타르 중재 "외국인, 중상 환자 가자 밖 이동"



한편 카타르의 중재로 가자지구에 갇힌 외국인들의 대피가 가능해졌다고 로이터통신이 1일 보도했다. 카타르 중재로 진행된 협상에서 이집트와 이스라엘, 하마스는 외국 국적자와 중상 환자의 가자지구 밖 이동에 합의했다. 이들은 라파 국경 검문소를 통해 이집트로 이동할 예정이다.

사람이 빠져나온 것은 이번 전쟁 발발 이후 25일만에 처음이다. AFP통신은 외국인 400명과 이중 국적자, 환자 약 90명이 이날 가자지구에서 라파 검문소를 통해 빠져나올 것으로 예상했고, 스푸트니크 통신도 약 500명이 이동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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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구호품을 실은 트럭들이 이집트 라파에서 가자지구로 진입하기 위해 줄을 선 모습.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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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와 가자를 연결하는 라파 검문소에서 45㎞ 떨어진 이집트 엘아리시의 한 병원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의료팀이 1일 가자지구에서 들어오는 환자들을 검진한다"고 전했다. 라파에서 15㎞ 떨어진 시나이반도 북부의 셰이크주웨이드 마을에는 팔레스타인 부상자 수용을 위해 1300㎡(약 393평)의 야전병원이 들어선다.

가자와 외부를 잇는 유일한 통로인 라파 검문소를 통해 지난달 20일부터 구호 물품이 들어가고 있다. 개전 후 현재까지 트럭 217대가 들어갔지만, 구호에 필요한 양(하루 트럭 100대)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가자와 최단거리(370㎞)에 있는 키프로스는 구호품을 보낼 해상 통로를 만들 방안을 모색 중이다. 니코스 크리스토두리데스 키프로스 대통령은 AFP통신에 "키프로스 섬 항구에서 가자로 구호품을 수송하는 해상 통로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하마스는 며칠 내로 외국인 인질 일부를 석방하겠다고 예고했지만, 국가명과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는 하마스가 인질들을 일부러 지휘소, 로켓 발사장, 무기고 근처에 배치해 구출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질은 하마스와 이슬람 지하드 등 여러 단체가 여러 곳에 분산해 데리고 있고 수시로 이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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