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7일 도쿄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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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일본 출장에 나선다. 기존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반도체 사업이 부진한 가운데 인공지능(AI) 수요를 겨냥한 고부가 사업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이번 주말 전후로 일본에서 반도체 장비 업체인 디스코·린텍 등을 만날 예정이다. 이들 기업은 절단연마·점착 등 반도체 제조 장비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을 지녔다. 삼성전자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이 회장이 일본 기업들과 고대역폭 메모리(HBM) 생산용 후공정 설비 공급 건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인 HBM은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HBM 수요가 전년 대비 58% 증가하고, 내년에는 30% 추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씨티그룹에 따르면 올해 HBM 수요 대비 공급 비율은 –13%, 내년에는 –15%로 커진 뒤 오는 2027년에야 수급 균형을 찾을 전망이다. 향후 3년간 공급 부족이 예상되는 만큼 HBM을 얼마나 많이, 장기적으로 공급하느냐가 반도체 기업의 수익 및 경쟁력과 직결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초기 시장을 SK하이닉스에 빼앗겼다. 삼성도 HBM 개발에 나섰지만 가시적 성과가 나오지 않자 상대적으로 투자 고삐를 늦췄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난해 세계 HBM 시장의 절반을 SK하이닉스가 차지했고 삼성전자(40%)와 미국 마이크론(10%)이 뒤를 이었다.
차준홍 기자 |
마진이 높은 HBM 시장을 선점하면서 SK하이닉스는 올 3분기에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을 제치고 가장 먼저 D램 사업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여기에 지난해 양산하기 시작한 4세대 HBM(HBM3)을 AI 반도체 ‘큰손’인 엔비디아에 독점으로 공급하며 미래 수익도 확보했다.
삼성전자도 부랴부랴 HBM 챙기기에 나서고 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전날 3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공급량 유지를 위해 내년에 HBM 생산능력을 현재의 2.5배 이상으로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HBM3은 내년 상반기 내 회사 전체 HBM 판매 물량의 과반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인 HBM3E D램. 사진 삼성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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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웨이퍼 기준 HBM 월간 생산능력은 올해 1만3000장에서 내년 3만 1000장, 2025년에는 4만8000장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천안·온양 패키징 라인을 중심으로 증설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회장의 이번 일본행(행)도 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과거에도 삼성이 특정 사업 또는 경영과 관련한 난제에 부딪혔을 때 세계 각지의 네트워크를 가동해 이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 2019년 7월 4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이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과 서울 성북동 한국가구박물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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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회장은 우수한 정보기술(IT) 소재·부품·장비기업들을 중심으로 일본 업계 및 재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3월엔 도쿄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윤석열 대통령과 국내 5대 그룹 회장들과 참석했다. 또 이달 20일엔 일본의 소재·부품 기업들로 구성된 ‘LJF(이건희의 일본 친구들)’ 발족 30주년 교류회를 주재하기도 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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