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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성별 넘어 학교·지역·장애·성적 지향까지···‘저절로 되는 변화는 없다’[이토록 XY한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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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여성 대법관 그 너머

경향신문

각양각색 다양한 사람들을 표현한 그림. 김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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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대법관(법관) 다양화의 주된 키워드는 ‘여성’이지만 다양성의 범주는 여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법조인들은 성별을 넘어 나이·출신 학교·지역·장애·경력·성적 지향·가치관 등 여러 각도에서 다양화가 적극 논의돼야 한다고 말한다.

한 판사는 “법관은 여성뿐 아니라 출신 지역·학교·배경, 가치관 등에서 다양해져야 한다. 성소수자도 있을 수 있다”며 “강남·서울대·서울 지역 출신만 법관이 될 경우 그 집단의 가치관과 이해관계만 대변하게 된다”고 했다. 이어 “법원에 오는 사건은 언제나 칼로 자르듯이 명료한 게 아니다. 그래서 삶의 굴곡을 거친 사람들이 법관이 되면 좋겠다”며 “여성 중에서도 결혼과 출산을 경험해본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비혼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다른 판사는 “대법관에 서울대 출신이 너무 많다보면 동일한 집단이 동일한 사고를 하게 된다는 점에서 학교가 배분되는 게 좋겠다”며 “과거에는 경상도·전라도 안배가 있었던 것 같은데 앞으로는 서울·수도권과 지방으로 나눠서, 지역 법관이나 지역 변호사 등 지역에서 오래 활동한 법조인이 대법관으로 가면 좋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한 변호사는 “지방 대학 출신이나 연령도 다양성의 요소로 꼽을 수 있다. 40대 법관이 대법관이 될 수도 있지 않나”라고 했다. 40대 대법관은 흔치 않다. 2000년에는 김영란(임명 당시 48세)·김지형(당시 47세)·김소영(당시 47세) 전 대법관 정도다.

“여성 법관 늘어난 이 시점에 대법원 다양화 본격 논의해야”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우선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현재 한국 법원은 법관 개개인의 개성을 드러내기 어렵고 천편일률적인 의견만 공유되는 공간”이라며 “여성, 소수자, 장애인 법관이 확대되면 좋겠지만 그러려면 (이들을 배출·수용할 수 있는) 법원의 인사 시스템과 조직 문화가 갖춰져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헌법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이 제청하고 국회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한다. 누가 대법관이 될지를 대법원장과 대통령이 결정한다는 점에서 대법관 다양성 확보도 이들의 관심과 의지에 크게 좌우되는 실정이다.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를 더욱 실질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다. 일단 구성에서부터 법조인을 줄이고 사회 각계각층의 전문가·시민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천위 위원 9명 중 선임 대법관·법원행정처장·대한변호사협회장·한국법학교수회 회장·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법무부 장관 등 당연직 6명(헌법재판관 후보 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 제외 5명)이 모두 법조인인데다 소속 집단을 대표한다는 점도 문제다. 위원회가 심사 과정을 공개하지 않아 어떤 판단에서 후보를 추렸는지 알 수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일각에선 대법관 자격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우니 법을 개정해 폭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나치게 많은 법조 경력과 나이를 요구해 대법관 후보 범위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취지다. 법원조직법 제42조는 “대법원장과 대법관은 20년 이상 법조 경력이 있는 45세 이상의 사람 중에서 임용한다”고 되어 있다.

성평등 정책을 외면한다는 비판을 받은 법원은 외부전문가로부터 전문적·객관적으로 진단을 받겠다면서 정책연구용역을 진행했다. 연구진은 지난해 8월 보고서에서 “법원 내에는 여전히 명확한 위계질서가 존재한다”며 “차별적 문화와 간접차별이 여전히 남아있고, 성별을 이유로 한 명시적인 차별도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법원은 ‘사법부 성평등 기본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기로 했다. 당장 내년부터 시행해야 하지만 아직 이 기본계획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들과 연대해 사법시스템 감시 활동을 해온 연대자D(활동명)는 “저절로, 알아서, 당연히 이뤄지는 변화는 없다”며 “한편에서는 ‘시간이 흐르면 해결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된다’고 주장하는 의견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신임 법관의 여성 비율이 늘어난 이 시점에 그에 걸맞게 대법관 구성이 돼있는지, 고위직에 여성 법관들이 얼마나 있는지를 본격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고 했다. <시리즈 끝>

경향신문의 기획시리즈 [이토록 XY한 대법원]의 XY는 남성의 성염색체를 말합니다.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대법관이 탄생한 지 20년이 됐지만 여전히 대법원은 남성 중심적으로 구성돼있습니다. 대법관 다양화와 관련한 더 많은 기사를 읽고 싶으시면 아래 링크로 들어오세요.
링크: https://m.khan.co.kr/series/articles/as378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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