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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이태원 참사

참사 현장 DMAT팀 이끈 교수 “왜 한 명도 못 살렸나 고민···재난 범위 넓혀야” [이태원 참사 1주기-④살아남았다는 이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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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선 서울대병원 교수 회상

참사 1시간 만에 가장 먼저 현장 도착

의료진들도 ‘대량 심정지 사고’는 처음

당시 출동의료진, 정신건강의학과 상담

“1년간 재난 영역 확장엔 여전히 미흡”

경향신문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노영선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경향신문과 응급의료에 대해 인터뷰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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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재난을 마주한 응급실 의료진에게도 10·29 이태원 참사는 전대미문의 현장이었다. 1년이 흐른 지금도 참사 현장의 참혹함은 쉽게 잊히지 않았다. 노영선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지난 24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시간이 흘러도 ‘왜 살리지 못했나’라는 질문이 계속 떠올랐다”고 했다.

서울대병원 재난의료지원팀(DMAT)은 참사 당일 11시20분쯤 이태원에 도착했다. 참사가 발생 한 지 약 1시간 만으로 의료진 중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팀이었다.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DMAT가 출동 보고를 해야 할 재난응급의료소도 설치되지 않았다. 컨트롤타워는 없었다. 교통통제가 되지 않는 찻길로 인파가 몰려다녔다. 노 교수는 “당시에는 슬프다는 감정을 느낄 겨를도 없었다. 내 할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고 했다.

산전수전을 겪은 DMAT 의료진들에게도 이태원 참사 같은 ‘대량 심정지 사고’는 처음이었다. 넋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노 교수와 의료진 13명은 환자 분류·응급 처치·병원 이송으로 일을 나눴다. 노 교수는 “일반적으로 사고 현장과 우리의 작업 현장은 분리돼 있다. 그런데 이태원 참사 때에는 주변이 모두 사고 현장이었다”면서 “동시다발적으로 환자가 발생했고, 심정지 상태로 의료진에게 왔다”고 했다.

식은 희생자들의 몸 위로 흰색 모포가 연달아 덮였다. 구조된 이들 대부분은 사망 판정을 받았다. 일시적으로 생명 활동이 회복된 경우도 있었지만 얼마 못 가 숨을 거뒀다. 노 교수는 “현장에서 의료진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심정지 환자를 한 명도 살리지 못했다”며 “‘어떻게 하면 한 명이라도 살릴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이 지난 1년간 계속 맴돌았다”고 했다. 그는 “당시 인공호흡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현재 매뉴얼에는 흉부 압박을 통한 심폐소생술만 기재돼 있다. 이태원 참사와 압사 상황에서는 인공호흡이 더 적절했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고 했다.

‘왜 구조하지 못했나’라는 생각에 이어 꼬리를 무는 질문은 ‘왜 사전에 막지 못했을까’다. 노 교수는 “현장에 경찰이 배치됐더라면, 인파 위험이 사전에 알려졌다면, 최초 112신고 이후 빠른 조치가 이뤄졌다면, 이런 생각이 계속 들었다”고 했다. 그는 ‘놀러 가 죽었다’와 같은 참사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는 발언에 대해 “위험에 대한 정보제공이 안 된 상태에서 개인에게 책임 지울 수는 없다. 인파가 밀집될 수 있다는 정보를 정확히 제공하는 건 국가의 책임”이라고 했다.

죽음을 무수히 바라본 노 교수에게도 이태원 참사는 충격이었다. 그 역시 한 달간 불을 켜놓고 잠자리에 들었다. 시신들이 모포에 덮여 줄지어 있던 모습이 수시로 떠올랐다. 노 교수는 “그간 재난을 이론적으로 접하는 경우가 많았다. 참사 이후 ‘재난이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는 게 피부로 와닿았다”며 “학문적 지식만으로는 안 되고 구체적 실행방안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당시 출동했던 DMAT 의료진도 모두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받았다.

지난 1년간 재난 의료시스템의 변화는 더뎠다. 노 교수는 “대규모 인파에 대한 경각심을 주는 데는 성과가 있는 것 같다. DMAT팀의 출동시간도 빨라졌다”면서도 “재난의 영역을 확장하는 일은 여전히 미흡하다”고 했다. 재난의 유형은 다양해지는데 대비책은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노 교수는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 오송 참사 모두 예상이 어려운 재난 유형이다. 다방면의 재난을 대비하는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응급의료 분야의 연구·개발도 갈 길이 멀다. 노 교수는 “참사 1년이 지났지만 다수의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을 때 쓸 수 있는 기술장비는 여전히 갖춰지지 않고 있다”면서 “응급의료가 ‘돈 되는 분야’는 아니지만 재난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며, 공공성을 기준으로 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놀러 가서, 죽었다[이태원 참사 1주기]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10241507001#c2b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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