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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이태원 참사

[이태원 참사 그후 1년④] "남을 더 위하던 아이였죠"…아들 모교에 조의금 전액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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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고 신한철 씨 아버지 신현국 씨
십시일반 모인 8700만원 아들 초·중·고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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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신한철 씨(오른쪽)와 아버지 신현국 씨. /신현국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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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흘렀다. 책임자 처벌과 촘촘한 사회 안전망 구축, 사고 방지 대책 마련 등은 아직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사회 곳곳에선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유가족, 안전사고 우려가 있는 좁은 골목 등 여전한 사각지대가 목격된다. 더팩트는 참사 1년을 맞아 그날의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는 유족들을 재조명하고, 사고 위험에 노출돼있는 상습 혼잡지역을 점검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5000원도 내고, 2만원도 내고, 10만원도 내고. 아들 친구들 정성과 마음이 담겼기에 값어치 있는 돈이잖아요.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이태원 참사로 숨진 고(故) 신한철(당시 27세) 씨 아버지 신현국(64) 씨는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진행한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조의금 8700여만원을 전액 기부하기로 결정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 씨가 오랜 고민 끝에 조의금 전부를 기부하기로 결정한 것은 평소 자신보다 남을 아꼈던 아들의 성품을 생각해서다. 신 씨는 자신조차도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할 만큼 한철 씨가 착하고 배려심 가득한 아들이었다고 했다. 남을 생각하는 아들의 마음을 알기에 조의금을 사적으로 쓸 수 없었다.

"저도 35년 넘게 사업을 하면서 한부모가정 초등학생에 작지만 기부를 했어요. 지금은 성인이 돼 아름답게 사는 모습을 보곤 하는데, 아들도 자기보다 남을 아끼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어서 그 돈을 가족을 위해 쓰긴 부담스럽더라고요."

세 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한철 씨는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 학창 시절에는 전교 부회장을 하는 등 포용력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한철 씨 빈소에는 조문객이 줄을 이었다. 친구들을 포함해 300~400명이 찾아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적게는 5000원부터 많게는 10만원까지 조의금이 모였다. 신 씨 가족은 정성이 고마워 함부로 쓸 수 없었다. 서울시교육청을 통해 아들 모교에 기부하기로 했다.

8700여만원은 한철 씨가 졸업한 서울 발산초등학교와 신월중학교, 광영고등학교에 각각 50%와 30%, 20%로 나뉘어 전달될 예정이다. 값진 돈인만큼 어렵게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게 신 씨 바람이다.

"가족 모두가 한마음으로 아들이 다니던 초·중·고교에 기부하기로 했어요. 공부보다도 좀 어려운 학생을 위해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들도 많은 응원을 하리라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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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1주기를 이틀 앞둔 27일 참사 희생자 고 신한철(당시 27세) 아버지 신현국(64) 씨는 지난해 장례절차에서 들어온 조의금 전액 8700여만원을 서울시교육청을 통해 한철 씨가 졸업한 서울 발산초등학교와 신월중학교, 광영고등학교에 각각 50%·30%·20% 기부한다. /남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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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철 씨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지났지만 신 씨 가족들은 여전히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업계 취업을 꿈꾸며 성균관대 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한철 씨는 지난해 10월29일 친구 3명을 만나러 간다며 집을 나선 뒤 돌아오지 못했다. 일행 4명 중 1명은 한철 씨와 함께 세상을 떠났다. 나머지 2명은 부상을 입었다. 생존한 2명은 아직도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고 신 씨는 전했다.

한철 씨의 누나 2명도 동생을 떠나보낸 상심이 크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한철 씨 어머니의 가슴에 상처가 깊게 패었다. 한동안 정신을 잃기도 했던 어머니는 현재는 절을 다니며 마음을 추스르고 있다. 신 씨 역시 아내와 함께 절을 찾아 마음을 달랜다.

"딸들 아픈 마음도 마음이지만, 애엄마의 아픈 마음이 커요. 한동안 정신을 잃기도 했는데, 다니지 않던 절을 요새 다니고 있어요. 그나마 좀 나아지고 있습니다."

신 씨는 국민을 향해서도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일부 도를 넘는 비난을 보면 마음이 편치 않다고 했다. 지난해 없었던 '국가'가 지금도 보이지 않는 것 같아 마음이 더 아프다.

"오후 6시 넘어서부터 신고가 빗발쳤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게 아직도 이해되지 않아요.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데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잖아요. 국가가 왜 존재하는지 생각이 많아요."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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