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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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당국이 11월부터 ‘응급실 내원비 특약’ 중 비응급 보장 판매를 중단하라고 지시하자 일부 손해보험사가 특약 보장을 강화해 ‘절판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앞으론 판매할 수 없는 상품이니 10월 중 가입해야 한다”고 권유하는 방식이다. 보험업계는 금융 당국 제재가 경쟁적인 절판 마케팅의 시작이라고 토로한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은 지난 24일 응급실 특약 보장금액을 기존 응급 20만원과 비응급 5만원에서 각각 25만원으로 확대해 전날까지만 판매했다. 보장금액만 놓고 보면 업계 최고 수준으로 건강보험·청년보험·자녀보험 상품에 적용된다.
롯데손해보험이 보장 한도를 확대한 이유는 금융 당국이 11월부터 특약 중 비응급 부분의 판매 중단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더는 상품을 판매하지 못하게 되자 한도를 대폭 늘려 가입을 유도하겠다는 심산이다.
응급실 특약은 질병·상해로 응급실을 방문했을 때 발생하는 비용을 보장하는 상품으로 응급 상황이 아니라도 보장을 받을 수 있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금융 당국은 특히 비응급 보장이 과잉진료를 유발할 수 있다고 봤다. 경증 질환이라도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응급실을 방문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보험에 다수 가입한 뒤 응급실에 가 중복 보장을 받는 보험사기도 우려했다.
절판 마케팅에 나선 것은 롯데손해보험뿐만이 아니다. 앞서 삼성화재는 지난 23일부터 응급실 특약을 업계 누적 없이 응급·비응급 각각 20만원으로 올려 판매하고 있다. DB손해보험의 응급·비응급 한도는 각각 20만원이고, KB손해보험은 누적 한도를 삭제하고 응급 20만원과 비응급 5만원을 지급한다. 기존 응급실 특약은 응급이 10만원 내외, 비응급은 2만~4만원 수준이었다.
이에 따라 불완전 판매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다음 달부터 가입할 수 없는 ‘한정판 상품’이라는 점만 강조되면 설명의무가 지켜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응급실 갈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고객에게 일단 가입하라는 식으로 권유하면 안 된다”며 “핵심은 불완전 판매 여부다”라고 했다.
보험업계는 이러한 문제의 시작이 금융 당국의 제재라고 평가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응급실 방문이 어려워진 상황이라 과잉진료 등 도덕적 해이가 우려되는 특약이 아닌데도 금융 당국이 제재에 나서자 한도 확대가 시작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 8월에도 금융 당국이 ‘어른이 보험’과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에 제재를 가한 시점부터 절판 마케팅이 기승을 부렸다. 하지만 어른이 보험은 이름만 바뀐 채 현재 판매되고 있어 금융 당국 제재가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판매 금지 조치가 없었으면 과연 보험사들이 한도를 높였을지 의문이다”라며 “금융 당국이 의도와 달리 절판 마케팅을 부추긴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11월부터 판매하지 말라고 한 시점부터 경쟁이 시작된 것”이라며 “업계에서 먼저 시작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이학준 기자(hakj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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