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성범죄자, 국가 운영 시설 거주 추진
"피해자 별도 보호 없이 가해자 이동은 자유"
낮은 유죄 비율, 형량이 성폭력 불안의 원인
[의정부=뉴시스] 송주현 기자 = 지난해 10월16일 의정부시민들이 의정부시청 앞 광장에 모여 김근식 의정부 갱생시설 입소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고 있다. 2022.10.16 atia@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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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정부가 고위험 성폭력 범죄자의 주거를 제한하는 이른바 '한국형 제시카법'을 입법예고한 가운데 여성계에서는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제시카법은 지난 2005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제정한 법으로, 아동 대상 성폭행범에 의해 사망한 피해자의 이름을 따 지어졌다. 이 법은 12세 미만 아동 대상 성범죄자에게 출소 후 평생 전자발찌 부착 및 학교·공원 주변 최대 600m 이내 거주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24일 한국형 제시카법인 '고위험 성폭력범죄자의 거주지 제한 등에 관한 법률'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제시카법과 다른 점은 거주 제한 방식이다. 학교와 공원을 기준으로 주변에 거주를 못하도록 하는 미국 제시카법과 달리 한국형 제시카법은 고위험 성범죄자들의 거주지를 국가와 지자체 등이 운영하는 시설로 지정하는 형태다. 미국과 비교해 국토가 좁고 수도권 등 일부 지역에 인구밀집도가 높은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이 법안의 적용 대상은 13세 미만 아동 성범죄자, 3회 이상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전자 감독 대상자 중 부착 원인 범죄로 10년 이상의 선고형을 받은 자 등이다. 또 법무부는 성범죄자 재범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성충동 약물치료 확대도 동시에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가 이 같은 법안을 추진하는 배경으로는 먼저 아동 성범죄자의 높은 재범률이 있다. 지난해 1월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주요 범죄의 실태 및 동향 자료 구축(Ⅰ): 성폭력범죄'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5년간 13세 미만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중 26.8%가 재범이었고 13~18세 대상 성범죄자 중 재범 비율은 34.1%에 달했다. 법무부의 성범죄백서(2020) 통계에도 재등록 성범죄자 중 62.4%가 1차 범죄 뒤 3년 안에 범죄를 저질렀다.
성범죄자 김근식의 경우 미성년자 성폭행으로 징역형을 받은 뒤 출소 16일 만에 다시 범행을 했다.
또 김근식, 조두순 등 고위험 성범죄자들이 출소할 때마다 반복되는 거주지 논란 및 지역·주민 피해도 정부가 거주지를 제한하려는 배경 중 하나다.
단 일각에서는 이번 제도가 실효성을 담보하기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수정 한국여성의전화 공동사무처장은 "피해자,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에 대해 국가가 무엇인가를 한다는 메시지를 줄 수는 있겠지만 피해자에게 별도로 보호 조치를 하는 것도 아니고, 범죄자가 자유롭게 이동을 하고 주거만 제한하면 실효성이 있게 될 것인가 염려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범죄는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게 아니고 치밀하게 준비를 하고 대상을 선택해서 일어나는 데,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다른 강력범죄와 비교했을 때 성폭력 범죄가 유죄를 받는 비율이 낮고 형량도 낮다"며 "성폭력과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원인을 잘못 이해하고, 손 쉽게 해결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공동사무처장은 "개별 사례가 아니라 전반적으로 성폭력 사건에 대한 제대로 된 처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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