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무너진다. 거시경제 불확실성과 경기침체 우려가 덮친 여파다. 채권 가격은 급락, 급등을 반복하며 높은 변동성을 보인다. 한편에선 안전자산인 금, 초위험자산인 암호화폐가 각광받는 기현상이 나타난다. 투자자들이 갈팡질팡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전략적 판단이 필요한 때라고 말한다.
25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0.34포인트(0.85%) 내린 2363.17, 코스닥지수는 같은 기간 14.02포인트(1.79%) 내린 770.84로 거래를 마쳤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원/달러 환율도 같은 기간 6.6원 오른 1349.7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고금리, 고강도 긴축, 기업 실적 악화 등이 겹친 결과다. 국내 증시에 영향을 끼치는 미국 국채금리가 고공행진한다. 최근 한때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5%를 상회하며 2007년 7월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 등 국내 이차전지 기업들의 3분기 어닝쇼크로 주가가 하락세다.
주요국 증시도 휘청인다. 올초 3만3148.9로 출발했던 미국 다우존수 지수는 지난 8월 3만5600선을 상회하기도 했으나 현재는 다시 3만3100선으로 주저앉았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23일(현지시간) 2940.71로 거래를 마치며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통화정책과 관련된 매파적인 연준 위원들의 발언이 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증시가 하향 조정됐다"며 "(한국 증시에선) 일부 업종들을 중심으로 한 개인 거래대금 급증이 증시 밸류에이션(평가가치) 상승을 이끌었는데 (지금은) 거래대금 감소와 밸류에이션 하향 조정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금, 비트코인 가격은 상승한다. 주식, 채권, 달러 등 전통자산이 붕괴되자 비교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과 암호화폐 시장을 이끄는 비트코인으로 시장의 자금이 쏠린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이후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에 균열이 발생해 '최후의 기축통화' 달러에 대한 수요가 준 것도 영향을 줬다.
금 가격은 통상 실질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하지만 현재 금리 상승과 동행해 가격이 상승 중이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금 12월선물 가격은 이달 초 온스당 1830달러 선까지 하락했다가 현재 1980달러 선까지 가파르게 올라왔다. 금보다 변동성이 큰 귀금속 자산인 은 가격도 온스당 21달러까지 내려갔다 23달러 선으로 복귀했다.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 가격도 일주일 새 폭등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파이넥스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9일(현지시간) 2만8700달러 선에서 거래됐으나 현재는 약 19% 오른 3만4000달러 선에서 머무르고 있다.
박소연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금과 마찬가지로 달러의 대체재 역할을 할 걸로 기대됐던 비트코인까지 강세를 보이고 있어 흥미롭다"며 "교환가치와 지불기능이 강한 비트코인의 상대 강세가 두드러지고 다극화, 탈달러 흐름이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투자자들은 혼란스러운 현 상황을 마주하고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끝 모르고 떨어지는 주식을 사기엔 부담스럽고, 고공행진하는 비트코인을 추격매수하기엔 위험하다는 심리가 반영된다. 전문가들은 섣부른 자산 매도, 무리한 레버리지 투자는 금물이라고 말한다. 오히려 밸류에이션이 하락한 우량 자산을 눈여겨봤다가 투자하는 방법이 낫다고 조언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그간 시장을 압박했던 금리, 달러 등 여러 변수들이 상당 부분 극단적인 수준까지 움직인 상황"이라며 "코스피지수 조정이 발생할 때 저점까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내려간 뒤 급하게 다시 올라가는 특성을 감안하면 2300포인트 수준에선 팔기보다 일정 간격으로 분할해 주식을 매수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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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빈 기자 binih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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