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강준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GDP갭(격차)률이 2020년(-2.9%) 이후 2024년(-0.5%)까지 5년간 마이너스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추정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도 2012년(-0.4%) 이후 2024년(-0.5%)까지 무려 13년간 한국의 GDP갭률이 마이너스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GDP갭률은 잠재GDP와 비교해 현시점의 실질GDP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실질GDP에서 잠재GDP를 뺀 격차를 잠재GDP로 나눈 백분율 값으로, GDP갭률이 마이너스면 해당 기간 실질GDP가 잠재GDP를 밑돈다는 의미다. 잠재GDP란 노동ㆍ자본ㆍ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동원하면서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 수준을 의미하는데, 실질GDP가 이에 못 미친다는 건 그만큼 생산요소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근영 디자이너 |
실질GDP가 잠재GDP에 수년 째 못 미치는 건 잠재성장률 하락 만큼이나 심각한 문제란 지적이 나온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이 경기 둔화나 심하게는 경기 침체를 겪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외 변수에 취약한 한국의 경제구조가 원인으로 꼽힌다.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무역분쟁으로 세계 경기 가라 앉으면서 제조업 비중과 수출 의존도가 큰 한국도 타격을 입었다.
문제는 단기적으로 뾰족한 대안이 보이진 않는다는 점이다.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소비와 투자가 단기간에 살아나기 힘들고, 결국 수출에서 해법을 찾아야 할텐데 이마저도 글로벌 경기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최근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예상치를 상회하고 내년 상반기쯤 반도체 경기가 살아날 수 있다는 게 그나마 희망적인 부분”이라고 짚었다.
일각에서는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 인하ㆍ정부 재정지출 확대 등 ‘긴급 처방’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경기 부양을 위해 섣불리 긴축을 완하했다간 자칫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게 부담이다. IMF는 최근 “통화정책과 발맞춰 지출 감소, 세입 확충 등을 통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 교수도 “아직은 물가에 초점을 두고 통화정책은 운용해야 할 때”라고 했다.
권효성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는 “그나마 단기적으로 가장 중요한 과제를 꼽자면 노동시장 유연화 같은 구조개혁”이라며 "이 과정에서 뒤따르는 사회적 갈등을 감내해야 하고, 구조개혁을 이끌어 갈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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