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준홍 기자 |
그간 H4L은 미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공언해 온 통화정책 기조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속적인 인플레이션과 연방정부 재정 악화, 유럽에 이은 중동에서의 전쟁, 국제유가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시장은 고금리 장기화를 뉴 노멀(새로운 표준)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글로벌 장기 금리의 지표 역할을 하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16년 만에 5%선을 넘은 것이 그 신호다.
문제는 한국의 장기물 국고채 금리가 미국 장기물에 동조화하는 경향이 짙다는 점이다. 한국의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기업의 회사채 금리를 모두 밀어올려 경제에 부담을 준다.
차준홍 기자 |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은행의 20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4.240∼6.725% 수준이다. 약 한 달 전과 비교해 하단이 0.340%포인트 뛰면서 4%대로 올라섰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ㆍ연 4.550∼7.143%) 역시 상단과 하단이 각 0.280%포인트, 0.044%포인트 높아졌다. 하단의 3%대 금리는 사라지고 고정금리와 신용대출 금리까지 6%대 후반으로 7%대를 넘보는 추세다. 8개 전업카드사의 9월 말 기준 단기카드대출(현금서비스) 평균 금리도 17.51%로, 전달 대비 0.05%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저축은행과 대부업은 법정 최고금리(20%) 상한선에 걸려 역마진 우려가 생기자 대출을 줄이거나 아예 중단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금융당국의 압박에도 시중금리의 상승세를 좀처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가계부채가 1800조원대에 이르는 상황에서 늘어나는 빚부담은 개인ㆍ기업의 충격으로 이어진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세계 4위(2분기 말 기준 101.7%) 수준인 데다 변동금리 대출이 많아 한계 차주의 부실 위험도 크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법원에 파산 신청한 법인은 9월까지 1213건으로 집계됐다. 최근 10년간 가장 파산 건수가 많았던 2021년 1069건인데, 연말까지 3개월을 앞둔 시점에서 이미 이를 넘어선 것이다. 경기침체에 고금리 상황까지 지속하면서 생긴 결과로 분석된다. 법원에 파산을 신청한 법인 대부분은 자영업자·영세기업일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건실한 중견기업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박경민 기자 |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높다는 건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생각보다 오래 갈 거란 의미이고, 한국도 미국과의 금리 차(2%포인트) 등을 고려하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낮은 금리로 돌아가긴 어렵다”며 “고금리가 길어지면 가계와 기업은 이자 부담으로 소비와 투자를 늘리기 어렵고 그만큼 경기 회복이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이 채권 발행 외 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인 예금금리도 한동안 오를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말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 때 고금리로 끌어모은 예·적금 만기가 대거 도래하고 있어 금리 상승 압박은 더욱 커지고 있다. 당시 늘어난 수신 규모는 100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서지용 상명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금리 장기화로 기업 투자는 줄고 민간 소비 위축은 본격화하면서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고 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에 따라 기업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경기가 나빠지는 등 실물 경제까지 파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금리 상승기 투자자들은 만기를 최대한 짧게 유지하면서 흐름을 지켜보라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대출의 경우 1~2년 단기로 운용하는 신용ㆍ전세자금대출은 변동금리보다 낮은 고정금리를, 5년 이상 장기로 빌리는 주택담보대출은 변동금리 상품을 추천했다. 장기적으로는 시장금리가 내려갈 거라는 판단에서다.
오경석 신한PWM태평로센터 팀장은 "11월 중순까지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1~3개월 만기인 상품을 이용하다가 고점이라는 판단이 들었을 때 만기가 긴 상품으로 전환하기를 권한다"며 "주담대같은 장기 대출의 경우 변동금리가 당장 이자 부담은 클 수 있겠지만 향후 금리가 하향 안정화하면 고정금리보다 더 빠르게 내려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경희·서지원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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