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
얼마 안됐다고 생각되지만 오래전 일처럼 느껴지는 일이 있다. 5세대(5G) 이동통신 논의가 시작되면서 5G 주파수 논의가 국내외적으로 심도 있게 벌어진 일이다. 특히 5G 주파수 중에서 저대역이라 불리는 700㎒ 대역 활용방안에 관한 것이었다. 국내에서는 지상파와 정부사이에 격론이 벌어지면서 효율적 주파수 방안을 수립하기보다 정치적 결정으로 결론지어졌다. 그 결과, 700㎒ 일부가 지상파 방송의 UHD방송용으로 할당되면서 그 대역을 국내에선 5G로 사용할 수 없게 됐다.
그 즈음, 영국에서도 700㎒ 주파수 활용에 대한 논의가 규제기관(오프콤)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됐다. 차세대 방송에 활용할 지 아니면 5G로 할당할 것인지를 다각도로 논의했다. 공영방송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곤 했던 영국의 방송정책을 수립하는 오프콤이 주파수를 어떻게 활용할 지는 국내외적으로 관심이었다.
오프콤에서는 700㎒ 사용방안과 미래의 지상파 전송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2014년 발행한 OFCOM's The Future of Free to View TV 참조). 무료 지상파 전송 플랫폼(Freeview와 Freesat)에 대한 미래 발전방향도 함께 논의됐다. 장기적으로 초고속 인터넷 네트워크를 이용한 전송까지 포함한 논의였다. 이 논의는 방송사업자, 통신사업자, 정책입안자 및 소비자까지 관심 사항이었다.
보고서가 발표된 지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 영국 지상파 방송사들은 전송을 인터넷으로 하는 플랫폼( Freely)을 2024년 출시한다고 한다. 이는 영국 시청자의 TV 시청행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획기적 사건이다. 현재 방송산업을 폭풍속으로 빠뜨리고 있는 스트리밍 시대에 지상파방송 마저도 초고속 인터넷으로 전송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지상파 방송을 전송한 Freeview와 Freesat를 대체하는 플랫폼 출시인 것이다.
지상파 방송사 발표에 의하면 수백만 가정에서 스마트TV를 통해 스트리밍으로 제공되는 Freely로 라이브 채널과 주문형비디오(VoD) 콘텐츠를 아주 쉽게 이용하게 될 것이라 전망했다. 이것은 지금까지 공중 전파와 위성을 통해 별도의 셋톱박스로 지상파를 시청하는 전통적인 방법과는 현저한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다.
상세한 기술적인 사항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Freely는 현대적이고 직관적인 프로그램 가이드를 제공할 뿐 아니라, 시청자가 라이브TV 프로그램에서 콘텐츠를 더 쉽게 찾을 수 있는 혁신적 기능을 포함시킬 것이라 한다. 차세대 스마트TV에도 포함시킬 것이라고 하는 데 아마존 파이어 TV나 Roku와 같은 스트리밍 박스에서 앱으로 서비스가 제공될 지는 불확실하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셋톱박스 같은 추가적인 기기나 가입이 별도 필요없이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런 움직임은 방송법과 공영방송의 현대화 및 VoD서비스에 대한 개혁을 위한 미디어법 (Media Bill) 초안과 같은 맥락에 부합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디어법안 일부 내용은 스마트TV와 스트리밍 디바이스에서의 공영방송의 중요성을 다루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예를 들어, 스마트TV제조사나 스트리밍 디바이스 리모컨에 전용Freely 버튼을 추가 요구도 예측할 수 있다.
영국의 시청자들은 Freely를 통해 뉴스 채널부터 다양한 니치 채널까지 시청할 수 있다. 문화와 교육채널 뿐 아니라 어린이 채널과 젊은 세대를 위한 맞춤 채널을 포함할 것이다. 라이브TV보다 더 많은 VoD 콘텐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 또 하나의 중요한 시사점이기도 하다.
궁극적으로 인터넷을 통한 스트리밍 서비스인 Freely가 그동안 지상파 서비스를 한 Freeview와 Freesat을 대체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는 “지상파 방송이 초고속 인터넷을 통한 전송이 대세를 이룰 것”이라는 10년 전 발표한 보고서 예측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또한 700㎒ 주파수 활용을 위한 편익분석을 통해 700㎒를 지상파가 아닌 5G용으로 할당하는 것이 국민에게 더 유익할 것이다는 분석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가 된 것이다.
인터넷을 통한 스트리밍이 방송의 대세다. 이런 흐름을 예상하고 정책을 입안, 실행하는 정책당국자들과 대세를 거스르지 않고 대세에 순응하고 그 대세에 올라타 변화를 추구하는 방송사업자들의 모습에서 우리의 현재 모습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이 필요할 때가 아닐까 한다.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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