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금리 16년 만에 처음 5% 터치
19일(현지시간)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연 5.001%를 찍으며 16년 만에 5%를 넘어섰다. 사진은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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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황원영 기자] 글로벌 채권 금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마의 벽으로 불리는 5%를 넘어섰다. 5%대를 뚫은 건 16년 만이다. 이에 고금리·고물가 기조가 본격적으로 글로벌 금융 시장을 강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코스피는 지난 3월 이후 7개월 만에 장중 2400선이 무너졌다.
미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19일 오후 5시 직후(미 동부시간 기준) 연 5.001%를 찍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5% 선 위로 올라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16년 만에 처음이다. 다만, 장 후반 소폭 하락하면서 전날 대비 8.8bp(1bp=0.01%포인트) 오른 4.989%에 마감했다.
이 같은 상승세는 미국 경제 호조와 더불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높다고 발언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파월 의장은 이날 뉴욕 경제클럽 간담회에서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너무 높고 (안정화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이 2% 수준으로 낮아지려면 일정 기간 추세를 밑도는 성장세와 노동시장 과열 완화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저와 동료들은 인플레이션을 2%로 지속할 수 있게 낮추기 위한 노력에 있어 단합된 상태"라고 강조하며 국채금리 급등에 불을 붙였다.
최근 미 국채금리는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분쟁이 벌어지면서 전 세계 안전자산이 미 국채로 몰려들었다. 아울러 이달 31~11월1일(현지시간)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국채금리 상승을 저지했다.
그러나 파월 의장이 물가상승률 목표치가 2%임을 재확인하면서 긴축 장기화를 시사하자 국채금리 상승세에 가속도가 붙었다. 또한 미국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와 소매 판매 등 고용지표, 소비지표가 모두 강세를 보이며 국채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소가 됐다. 미국의 지난 8~14일(현지시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9만8000건으로 올해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9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7% 증가하며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전망(0.2%)을 크게 웃돌았다. 경제 호조 기대감이 커지면서 채권 수익률도 반등한 것이다.
미 국채 금리가 5%를 넘어서면서 시장에도 후폭풍을 몰고 올 전망이다.
채권 수익률 상승은 글로벌 경기 침체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 미 국채금리는 전 세계 장기금리의 기준점 역할을 하는데, 채권 수익률이 상승하면서 신용도가 낮은 회사채 금리까지 올라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커질 수 있다. 이는 투자 심리를 위축시켜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고, 투자 측면에서도 국채가 주식 등보다 수익률이 높아 주식시장에 악재로 작용한다.
실제 국채 금리 상승과 함께 뉴욕증시 3대 증시는 모두 하락 마감했다. 이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75%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0.85%, 0.96% 떨어졌다.
국내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도 모두 하락했다. 20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4.26포인트(1.00%) 내린 2391.54에 개장한 뒤 장중 2370대까지 내렸다. 장중 2400선을 내준 것은 지난 3월 27일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아시아 증시도 전반적으로 약세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시간으로 오후 2시 50분 현재 중국 상하이종합지수(-0.59%), 삼천종합지수(-0.65%), 홍콩 항셍종합지수(-0.48%), 홍콩H지수(-0.58%) 등 아시아 증시는 모두 하락하고 있다. 일본 니케이225 지수도 0.22% 빠졌다.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가라앉았던 미 은행권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데, 새로 발행되는 채권값이 싸지면서 은행들이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미 국채 수요는 갈수록 줄고 이에 따라 은행권의 미실현 손실이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고금리 장기화는 소비와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조달 비용 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채금리 상승에 장기모기지 이자율이 높아지면서 2021년 약 3%였던 미국 30년 모기지 금리는 7.5%를 돌파한 상황이다. 앞서 블룸버그는 지난 4일(현지시간) 30년 고정금리 모기지의 평균 계약이자율이 전주(7.41%)에서 7.53%로 올랐다고 보도했다.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가 7.5%를 넘어선 것은 2000년 이후 처음이다.
전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고금리 장기화를 우려했다. 이 총재는 19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3.5% 수준으로 동결하고 "금리가 예전처럼 다시 금방 연 1%대로 떨어질 것 같지 않을 것"이라며 "한은이 통화정책을 느슨하게 해서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데 (금융통화위원들이)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면서 "레버리지해서(돈을 빌려서) 투자하는 분들이 많은데 금융 부담이 금방 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다면 경고하겠다"고 밝혔다.
won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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