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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조선소 이주노동자 64% “기회 되면 조선소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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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7월1일 경남 거제에서 스리랑카 출신 용접공 A씨(40대)와 C씨(40대)가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숙련공이지만 한국에서는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는다. 조해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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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10명 중 6명 이상은 저임금, 위험한 작업환경 때문에 조선소를 떠나고 싶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속노조는 19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조선업 이주노동자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금속노조는 지난 5~7월 HD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한화오션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410명(10개국)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410명을 체류자격별로 보면 비전문취업(E-9) 비자가 62.8%, 외국인 기능인력(E-7-3) 비자가 25.6%로 다수였다.

보고서를 보면 63.7%는 기회가 된다면 조선소가 아닌 사업장으로 이직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이직하고 싶다고 답한 이들을 대상으로 이유를 질문(복수응답)한 결과 “노동강도에 비해 임금이 낮아서”가 67.2%로 가장 많았다. “같은 일을 해도 한국인보다 임금이 낮아서”(34.9%), “작업장 환경이 너무 위험해서”(23.9%), “오래 일해도 임금이 오르지 않아서”(21.8%) 등이 뒤를 이었다.

평균시급은 9680원이었으며 올해 최저임금인 9260원을 받는 이들이 77.1%로 가장 많았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숙소에서 살고 있다고 응답한 이들은 90.5%이며 이 중 숙식비용을 월급에서 공제하는 경우는 61.8%였다. 공제된 숙식비용은 평균 6만2206원이며 최저 1만3000원에서 최고 50만원까지 편차가 매우 컸다. 금속노조는 “숙식비를 높게 책정해 임금을 낮추는 꼼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년간 조선소에서 작업 중 부상을 한 비율은 26.7%, 작업으로 질병을 얻은 비율은 24.7%였다. 작업장에서 폭행·폭언을 경험한 이들은 17.3%였다. 노동조합에 가입할 의사가 있는지 물어본 결과 “모르겠다”가 47.3%, “가입할 의사가 있다”가 40.8%였다. 가입할 의사가 없다고 응답한 이들을 대상으로 이유를 질문(복수응답)한 결과 “회사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것 같아서”라는 응답이 51.4%로 가장 많았다. 본국에서 노조에 가입하면 안 된다는 안내를 받은 비율은 13.3%, 한국 입국 뒤 노조에 가입하지 말라는 안내를 받은 비율은 9.5%였다.

금속노조는 HD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한화오션·삼성중공업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18명과는 심층면접도 진행했다. 면접 내용을 보면 울산의 한 조선소에선 미얀마 이주노동자 30명가량이 취업사기를 당했다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애초 이들은 본국에서 현지 송출업체에 5000달러를 지급하고, 나머지 2500달러는 한국 송입업체에 지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2500달러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경향신문

미얀마 이주노동자 A씨가 지난해 본국에서 쓴 근로계약서 내용과 올해 입국 후 받은 임금 명세서. 금속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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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이주노동자 A씨는 기능인력 비자(E-7-3)를 발급받고 올해 초 입국해 울산에 있는 한 조선소 하청업체에서 일을 시작했다. A씨가 지난해 미얀마에서 체결한 근로계약서상 월 통상임금은 270만원이다. 기본급 191만4440원(최저임금)에 월 고정수당 78만5560원을 더한 액수다. 법무부가 지난해 4월 “무분별한 저임금 이주노동자 고용을 방지해 내국인 일자리를 보호하겠다”며 정한 E-7 비자 임금요건(전년도 1인당 국민총소득 80% 이상)에 맞춘 것이다.

A씨가 본국에서 썼던 근로계약서는 한국 땅에서 휴지조각이 됐다. 우선 법무부가 올해 1월부터 중소·벤처·비수도권 중견기업의 경우 임금기준을 GNI 70% 이상(월 246만원)으로 완화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하청업체는 한국 근로기준법에 밝지 못한 A씨를 상대로 ‘꼼수’를 썼다.

하청업체가 새로 제시한 계약서를 보면 항목은 두 가지로 기본급 201만원(월 최저임금)과 고정수당 30만원이었다. 그런데 ‘월 평균임금’은 231만원이 아니라 265만원이라고 적혀 있다. 265만원은 월 24시간의 연장근로를 해야 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연장근로수당은 통상임금이 아니지만 이를 포함시켜 결과적으로 GNI 70% 이상이 되는 것처럼 눈속임한 것이다. 법무부는 임금요건 심사 시 원칙적으로 기본급을 기준으로 하지만 예외적으로 통상임금도 인정하고 있다. 박준성 금속노조 법률원 노무사는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이 계약서를 재구성하면 월 231만원이기 때문에 법무부 기준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금속노조는 “E-7-3 이주노동자들은 입국 전 비교적 높은 수준의 임금 계약을 체결했으나 입국 후 최저임금 계약서에 강제로 서명하고 있다”며 “고용노동부는 입국 후 편법적인 불이익 계약을 체결한 업체들을 적발해 시정조치를 하고, 법무부는 해당 업체에 대해 E-7-3 신규 이주노동자 고용금지 등 제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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