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서 나토 국방장관회의…젤렌스키 깜짝 초청해 연대 과시
美·독일 등 추가 군사지원 발표…이스라엘 지지하면서도 '신중' 견지
젤렌스키 대통령, 개전이래 나토 본부 첫 방문 |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31개국 국방장관이 1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 집결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변함없는 지원 의사를 천명했다.
나토 주축인 미국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기습공격에 맞서 보복을 다짐한 이스라엘 지원에 나서면서 서방 전반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차단하려는 분위기다.
나토는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도 지상군 투입 등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응 수위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 젤렌스키, 개전 이후 첫 나토 본부 방문서 '관심' 호소
나토는 이날 국방장관회의 첫째 날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깜짝 초청하는 것을 시작으로 연대를 과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나토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브뤼셀 본부를 방문한 건 개전 이후 처음이다.
그는 이날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이 이뤄지던 중에도 (러시아의) 테러리스트들이 (우크라이나의) 최대 발전소 중 하나를 겨냥했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달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분쟁에 서방의 이목이 쏠리면서 장기화한 우크라이나 문제가 뒷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내포된 발언으로 해석된다.
우크라이나 지원 장기화로 서방 일각에서 피로도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물론, 각국의 무기고도 고갈된 상황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중동 사태와 연계된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에 관한 질의가 쏟아졌다.
그러나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나토 회원국들은 동시에 다양한 어려움에 대처할 역량과 힘이 있다"면서 "우리는 당면한 문제를 하나씩 선별할 만한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양쪽 모두에 대한 지원 역량과 관련, 전적으로 가능하다"면서 "우리는 둘 다 지원할 수 있고 그렇게 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기자회견하는 나토 사무총장 |
◇ 나토 각국 추가 지원안 발표…'러 동결자산 활용'도 시동
단일대오 균열 우려를 의식한 듯 이날 회의를 계기로 각국의 우크라이나 추가 군사지원 확약도 잇달았다.
미국은 AIM-9M 미사일, 로켓 탄약, 대전차 무기 등이 포함된 총 2억 달러(약 2천700억원) 규모의 추가 군사 지원 패키지를 내놨다.
덴마크는 내년 3∼4월께부터, 벨기에는 2025년부터 각각 보유 중인 미국산 F-16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전달하겠다고 발표했다.
영국은 방공체계 및 지뢰제거 장비를, 독일은 패트리엇 미사일을 포함한 10억 유로(약 1조 4천억원) 규모의 군사지원을 할 방침이다.
러시아 동결자산을 우크라이나 재건 자금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본격 공론화됐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동한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는 자국 내에 동결된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에서 발생한 이자 17억 유로(약 2조 4천억원)를 내년께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이 동결한 러시아 자산의 약 3분의 2가 국제예탁결제회사이자 벨기에에 기반을 둔 유로클리어에 묶여 있다.
그간 유럽연합(EU) 및 주요 7개국(G7)도 러시아 동결자산 활용 방안을 논의해왔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겠다고 공식화한 건 벨기에가 처음으로, 향후 동참 국가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기자회견하는 미 국방-합참의장 |
◇ "이스라엘 방어권 지지" 한 목소리…'지상군 투입'엔 신중
이번 국방장관회의는 당초 우크라이나 문제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지난 주말 하마스의 이스라엘 남부 기습 공격 여파로 자연스레 중동 현안이 의제에 포함됐다.
오스틴 장관은 우크라이나 지원 협의체인 '우크라이나 국방연락그룹'(UDCG)는 물론, 별도로 연 기자회견에서도 가장 먼저 이스라엘-하마스 무력충돌 사태를 언급하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확고한 지지 입장을 밝혔다.
그는 "다른 어느 국가와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은 테러와 공격에 맞서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으며, 이스라엘 안보에 대한 우리의 지원은 철통같다"고 말했다.
또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다른 어떤 세력도 (하마스의) 이같은 비열한 공격을 이용하려 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다만 이스라엘의 대응 수위를 두고는 신중한 모습이다.
오스틴 장관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 침공이 임박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향후 계획과 작전에 대해서는 이스라엘이 밝히도록 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유사한 질의에 "이스라엘의 대응이 균형적일 것으로 기대하며, 분쟁이 지속되는 동안 민간인 희생을 막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유엔, EU 등 국제사회는 최근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지지하면서도 가자지구 전면봉쇄 등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나토 국방장관들은 회의 둘째 날인 12일에는 이스라엘 국방장관으로부터 현 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받고 이번 사태가 미칠 전방위 영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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