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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이·팔 충돌로 치솟는 유가에 페인트업계도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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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의 무력 충돌이 닷새째 이어지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있다. 원유를 주요 원재료로 쓰는 페인트 업계는 2021년 유가 상승 때와 같은 위기가 재발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0일(현지 시각) 기준 미국 서부 텍사스산중질유(WTI)는 배럴당 85.88달러에, 브렌트유와 두바이유는 각각 87.69달러, 88.54달러에 거래됐다.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분쟁이 발생하기 전인 지난 6일과 비교하면 2거래일 만에 3~4% 올랐다. 한국은 원유의 100%를 수입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때문에 중동 수입을 늘려 현재 67%가 중동에서 수입되고 있다. 최근 1년 사이 20% 가까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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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의 보복 폭격으로 가자지구 시가지가 거대한 화염에 휩싸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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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트는 산업 특성상 유가 영향을 많이 받는다. 페인트 제조에 쓰이는 주요 원재료는 용제, 수지, 안료, 첨가제 등이고 이들 재료는 원유로 만든다. 제일 주된 원료인 용제의 원자재 값이 전체 원자재 매입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가 넘는다. 이 때문에 유가 상승은 곧 비용 상승과 이익률 저하로 이어진다.

앞서 페인트 업체들은 2021년 유가 급등 여파로 영업이익이 크게 악화한 바 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2020년 배럴당 평균 40달러 안팎이었던 국제 유가(WTI· 브렌트유·두바이유)는 2021년에 70달러 안팎으로 75%가량 올랐다.

같은 기간 노루페인트는 연결 영업이익이 323억원에서 255억원으로 21% 줄었고, 삼화페인트는 95% 급감했다. 강남제비스코는 2021년에 127억원 영업손실을 보며 적자로 돌아섰고, 조광페인트도 48억원에서 88억원으로 적자 폭을 키웠다.

이미 위기를 한 차례 겪었던 페인트 업체들은 대응에 나섰다. 통제 불가능한 외부 요인에 따라 원자재 가격이 요동치는 만큼, 업체들 사이에선 ‘사둘 수 있을 때 최대한 사두자’는 기조가 강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 유가가 떨어지던 상황에서 갑자기 무력 분쟁이 발생하면서 가격이 다시 급등했다”며 “업체들은 원자재 가격이 최적의 수준으로 떨어지길 기다리기보단 안정적으로 매입이 가능할 때 최대한 사두는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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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국기 앞에 석유 펌프 모형이 세워진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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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트 업계는 원재료 구입처도 다변화하고 있다. 노루페인트 관계자는 “예전엔 원재료 매입을 한 곳에서만 했는데, 앞서 위기를 겪었던 만큼 지금은 여러 곳으로 분산 매입해 최대한 위험을 낮추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화페인트 관계자도 “유가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시장 상황에 맞게 주요 원재료 재고분을 조절하고 있다”고 했다.

업계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원유 생산지가 아니기 때문에 이번 유가 상승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으로 봤다. 판가 인상 계획도 당분간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이스라엘·하마스 무력 충돌) 사태가 더 번지지 않고 중동 지역의 석유·가스 공급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점이 인식되면 유가가 안정될 것”이라며 “또 국내 대부분의 석유화학사는 내수 비축량을 충분히 가지고 있고, 페인트 업체들은 보통 두바이유를 사용하기 때문에 생산에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또 다른 관계자는 “건설경기 악화로 페인트값을 더 올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만약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이 더 확산해 유가 상승이 장기화한다면 내년 상반기에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은영 기자(eunyou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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