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를 하루 앞둔 9일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 국감 관련 자료가 놓여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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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국회 국정감사가 10일부터 막을 올린다. 17개 국회 상임위원회는 10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30일간 791개 부처·공공기관·공기업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실시한다. 예산·입법에 영향을 미치는 산업·경제·문화·과학·방송 등 민간영역도 함께 다뤄진다. 여야는 이를 위해 증인·참고인을 출석시킨다.
중앙일보가 9일까지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한 10개 상임위를 분석한 결과, 증인으로 채택된 171명 가운데 현직 기업총수나 임원급 인사는 95명으로 전체 증인의 55.6%에 달했다. 아직 증인을 확정하지 않은 나머지 7개 상임위를 고려하면 기업인 증인은 지난해 144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오는 기업인은 2020년 63명, 2021년 92명, 2022년 144명으로 증가 추세다. 증인 채택은 각 상임위에서 개별 의원이 신청한 다음, 여야 간사 협의를 통해 결정한다. 하지만 “일단 쎈 사람을 불러놓고 보자”는 심리가 강해서 기업 총수나 대표를 무작정 증인으로 채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박경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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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하는 기업인…보여주기식 되나
특히 노동·환경 이슈를 다루는 상임위일수록 기업인 증인이 많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30명을 소환한다. 중대재해 방지책을 묻기 위해 이강섭 샤니 대표, 조민수 코스트코 코리아 대표 등을 12일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했다. 환노위는 26일엔 구창근 CJ ENM대표를 불러 대규모 구조조정과 퇴직종용 의혹을 캐묻기로 했다.
국회 정무위엔 19명의 기업인 증인이 나온다. 정몽규 HDC 회장에게는 하도급 업체에 대한 갑질 의혹을, 김준기 DB하이텍 회장에게는 지주사의 규제회피 의혹을 질의한다. 정무위는 당초 주요 5대 금융지주 회장, 4대그룹(삼성·SK·현대차·LG) 총수도 증인으로 채택하려 했지만 여야 합의가 불발됐다.
지난해 10월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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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9명을 부른다. 특히 함윤식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 부사장을 불러 배달 수수료율 인상 문제를 캐물을 예정이다. 교육위원회는 최정우 포스코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최 회장은 올해 태풍 카눈 북상 당시 해외 출장 중 대학교수인 사외이사들과 골프를 쳐 부정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농어촌상생협력기금 모금을 독려할 목적으로 4대 그룹 중 3개사(삼성·SK·현대차) 임원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보건복지위원회는 탕후루 전문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김소향 달콤나라앨리스 대표를 증인으로 불러 청소년 건강권 문제를 따져 묻는다. 국토교통위원회는 부실시공 의혹 관련해 임병용 GS건설 부회장을 부른다.
다만 “국정을 들여다보기 위한 증거수집”이라는 증인 채택의 취지가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총책임자(GIO)는 국정감사 당일 오후 2시부터 11시 40분까지 9시간 넘게 자리를 지켰지만, 발언 시간은 모두 합쳐 3분에 그쳤다. 여야 의원이 돌아가며 “서비스 장애 재발 방지책을 밝혀라”라고 몰아세우면, 이 GIO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답변을 반복할 뿐이었다.
박경민 기자 |
이종천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책을 위한 자문 목적이 아니라면 국회에서 사기업 관계자를 부르는 것은 과한 처사”며 “특히 일부 국회의원이 기업 총수를 불러 혼내는 건 내가 이만큼 힘이 있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일종의 ‘완장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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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공룡’ 포털…샅샅이 들여다본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네이버 서비스 장애와 관련해 지난해 과방위 국정감사 증인으로 소환된 데 이어 올해 복지위 증인으로 채택됐다. 네이버에서 개인의료정보가 유출된 사안을 따져 묻겠다는 게 복지위 계획이다. 산자위는 김주관 네이버 비즈니스 대표를, 농해수위는 김정우 네이버 쇼핑 이사를 증인으로 소환해 온라인상에서 유통되는 가짜상품 유통이나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상품 유통에 대해서 묻는다. 당초 산자위는 카카오VX의 문태식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했지만 9일 현재는 철회한 상태다. 하지만 현재 과방위가 증인 명단을 논의하고 있어 포털업계 관계자는 추가될 가능성이 크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지난해 10월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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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업계 관계자가 대거 증인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은 최근 벌어진 여러 논란에서 기인했다. 네이버는 올해 ‘트렌드 토픽’ 추천 서비스를 시작하려다가 2021년 폐지한 ‘실검’(실시간 검색어 추천 서비스) 부활 논란이 일자 보류했다. 검색광고 등으로 수익사업은 늘려가는 반면, 포털 내에 가짜뉴스가 퍼지는 것에는 미온적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또 카카오가 운영하는 다음은 최근 항저우 아시안게임 한·중전 온라인 응원전에서 중국 응원이 더 많이 나와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온라인상 독점적 지위인 포털이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이는 것에 비해 사회적 책임은 회피하는 경우가 허다해 공익적 측면에서 따져볼 사안이 많다”며 “국민의 일상생활과도 직결되는 만큼 면밀하게 들여다볼 것”이라고 했다.
■ 文정부 통계조작 vs. 양평고속도로…극한 대치 속 ‘정쟁국감’ 우려
행정안전부 관계자들이 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행정안전부, 인사혁신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등의 국정감사를 하루 앞두고 막바지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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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시작되는 올해 국정감사는 내년 4·10 총선을 앞두고 열리는 만큼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여야의 강대강 충돌이 예상된다. 이미 더불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실정과 폭주를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홍익표 원내대표)이라고 예고했고, 국민의힘은 “야당의 무분별한 정치 공세에 철저히 대응할 것”(윤재옥 원내대표)이라며 반격에 나설 태세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중심으로 파상 공세를 펼 예정이다. 특히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은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키며 사법부 수장 공백 사태를 초래한 민주당의 책임론을 부각하겠다는 방침이다. 법사위 소속 유상범 의원은 “임명동의안 부결의 정략적 이유가 이재명 재판 지연”이라며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 몫으로 돌아가게 된 것을 국감을 통해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은 지난달 감사원 발표로 드러난 문재인 정부 통계 조작도 정조준하고 있다. 감사원 요청으로 전 정부 정책실장 4명(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등 22명이 검찰 수사를 받는 만큼, 국토교통위원회를 중심으로 통계 조작이 이뤄진 경위와 그 배후를 철저히 따져 묻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과학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감사에서 지난 대선을 앞두고 공개된 김만배-신학림 허위인터뷰 문제와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중국 응원 여론조작 등의 문제를 파고든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미 가짜뉴스 근절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는 상황에서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강조한다는 전략이다. 과방위 관계자는 “이번에 제대로 뿌리 뽑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도 가짜뉴스와 여론조작이 판을 칠 것”이라고 했다.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왼쪽 네번째)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사과 앞에서 열린 국정감사 종합상황실 현판식에서 카카오톡 채널 오늘의 국회를 소개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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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야당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전반을 파헤치면서 총선 ‘정권 심판론’에 힘을 싣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변경 관련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에 집중할 예정이다. 지난 5일 국토부가 원안보다 변경된 대안의 경제성이 높다는 비용 대비 편익(B/C) 분석 결과를 공개한 것에 대해 국토위 민주당 간사인 최인호 의원은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세부자료에 대한 국회 자료 요구부터 즉각 응하라”고 반박한 상태다.
일각에선 국정감사가 정쟁의 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의 ‘바이든-날리면’ 발언 관련 논쟁으로 여야가 대부분의 시간을 허비했다.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의 “문재인 전 대통령은 김일성주의자” 발언도 논란이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학과 교수는 “총선을 앞둔 국정감사에서는 국회의원들이 공천을 받기 위해 강성 지지층을 자극하는 발언을 하거나, 언론 노출 빈도수를 높이기 위한 지적을 이어가다 국감이 파행되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가 1년 동안 세금을 어떻게 운영하고, 지난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사항이 어떻게 개선됐는지에 집중하며 원칙에 충실하게 국정감사에 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효성·김다영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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