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인준동의안 부결 계기로
법무부 법관 검증 문제 쟁점될 듯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지난달 1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법무부에 의한 대법원장과 대법관 등 고위법관에 대한 인사 검증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헌법상의 ‘사법권 독립의 원칙’ 위배”
국회 법제실이 이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보고서는 법무부 인사검증단 설치의 근거가 된 시행령이 ‘상위법률 취지에 반하지 않는다’는 의견과 ‘상위법률 취지에 반한다’는 의견을 각각 소개하는 형식을 취했는데, ‘상위법률 취지에 반한다’는 의견의 핵심이 사법권 독립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었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인준동의안이 부결된 것을 계기로 법무부의 법관 검증 문제가 법무부·대법원 국정감사의 쟁점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법제실은 지난해 10월 법무부의 인사검증 관련 상위 법률 위배 여부 관련해 반대 의견이 포함된 외부 전문가 의견을 취합해 ‘행정입법 분석·평가 결과서’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제출했다. 수신인이 행안위 수석전문위원으로 표기된 이 분석·평가 결과서는 외부에 공개된 바 없다.
경향신문이 9일 국회 행안위 소속 천준호 민주당 의원실 통해 입수한 이 문건의 분석 대상은 지난해 6월 시행된 ‘공직후보자 등에 관한 정보의 수집 및 관리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10조 2항 등이다. 해당 조항은 대통령이 임명, 위촉하는 공직후보자 정보 수집, 관리 권한을 인사혁신처장이 법무부에 위탁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사검증권 위임은 대통령 권한 vs 법무부 업무에 ‘인사’ 없어 헌법 위배
국회 법제실이 지난 10월 국회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 수석전문위원에게 송부한 ‘행정입법 분석·평가 결과서’ 일부. 지난해 6월 시행된 대통령령 ‘공직후보자 등에 관한 정보의 수집 및 관리에 관한 규정’, 10조 2항 등에 대한 외부 전문가 의견을 취합해 전달했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문건에는 법무부 인사검증단 설치의 근거가 된 시행령이 ‘상위법률 취지를 반하지 않았다’는 의견과 ‘상위법률 취지를 위반한다’는 의견이 각각 약 1600자, 2000자 분량으로 담겼다.
문건에 따르면 상위법률에 반하지 않는다는 의견은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에 속하는 인사권은 법률에 의해 창설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별도의 법률적 근거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인사검증권은 적절한 보좌기관에 위임될 수밖에 없다”면서 “어떤 보좌기관에 위임할 것인지는 인사권자이자 인사검증권자인 대통령의 의사에 맡겨져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도 했다.
상위법률에 반한다는 의견은 “정부조직법상 법무부 업무에 ‘인사’가 포함돼 있지 않아 법률 위임범위를 벗어나 시행령을 규정한 것이므로 헌법 제75조 위배”라는 것이다. 또 “공직후보자 인사정보를 수집·관리하는 것은 국가기관의 인적 구성과 관련될 뿐 아니라 장차 공직후보자가 될 사람들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공무담임권과 관련될 수 있고, 당사자의 기본권 제한을 초래할 수 있는 중요하고도 본질적인 사항”이라며 “입법자의 법률적 허가 없이 시행령을 통해 해당 권한을 위탁하는 것은 의회유보의 원칙과 위임입법의 한계를 넘어선다”고 설명했다.
특히 “법무부에 의한 대법원장과 대법관 등 고위법관에 대한 인사 검증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헌법상의 ‘사법권 독립의 원칙’ 위배”라며 “법원과 행정부는 조직구성 및 인사에 있어 상호독립적이어야 한다는 법원의 ‘행정부로부터의 독립’이나 ‘법관인사의 독립’에 위반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위법관의 인사 검증에 행정부인 법무부가 개입하게 되면 법관이 형사재판을 함에 있어 재판에서 소송당사자인 검사가 다수 포진한 법무부로부터 영향을 받아 ‘오직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서만 재판(헌법 제 103조)’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물적 독립’에도 위배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법무부 “확인할 수 없다” 입장 고수···권성동 “법무부 인사검증단이 1차 스크린”
지난달 19일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장(이균용) 임명동의에 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 회의록 갈무리.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인준동의안이 지난 6일 국회에서 부결된 뒤 ‘부실 검증’ ‘밀실 검증’ 문제가 도마에 오른 터다. 법무부는 이 전 후보자의 인사검증을 했는지도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정 공직후보자에 대한 인사검증에 관한 사항은 공개될 경우 민감한 개인정보 노출되거나 정부의 인사 관련 업무에 지장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회 회의록을 보면 지난달 19일 대법원장 인사청문특위에서 권성동 위원장(국민의힘)은 인사시스템이 무너졌다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결국은 검증이라는 것이 법에 나와 있듯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법무부에 설치된 인사검증단이 일차적으로 스크린할 것이고, 그 일차 스크린한 걸 갖고 아마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보고 대통령한테 인사검증 보고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전혜숙 민주당 의원이 “위원장님 짐작이네”라고 말하자 “아니, 그건 틀림없는 사실이니까 그렇다”고 했다. 법무부가 이 전 후보자를 1차 검증했다는 것이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1차 인사검증 여부를 묻는 질의서에 대한 법무부 답변.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 전 후보자가 낙마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인사검증은 시스템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라며 “인사정보관리단은 객관적인 1차 정보를 제공한다. 추천이나 비토에는 제가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인사가 없는 것 같다’는 지적에는 “판단의 문제고, (인사검증에) 각각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새 대법원장 후보자는 물론 다음 달 10일 임기가 만료되는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후임자도 찾아야 한다. 천준호 의원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대법원장 등 고위법관 인사검증에 관여한다면 이는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한 것”이라며 “위법한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이뤄진 무리한 인사검증 권한 기능 이관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 오뉴완으로 레벨업, 오퀴완으로 지식업! KHANUP!
▶ 뉴스 남들보다 깊게 보려면? 점선면을 구독하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