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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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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고레에다 감독 "아이를 위해 어른은 뭘 할지 묻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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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건을 세 개의 시점으로 조명…사카모토 류이치의 배경음악

연합뉴스

거장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부산=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갈라 프레젠테이션 '괴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10.7 mjkang@yna.co.kr


(부산=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영화 '괴물'은 초등학교 5학년인 미나토(구로카와 소야)와 요리(히이라기 히나타)의 이야기다.

어른들이 알지 못한 아이들의 세계를 그려 깊은 슬픔을 안긴다는 점에서 그의 전작 '아무도 모른다'(2005)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두 작품은 많은 점에서 다르다. '아무도 모른다'가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면, '괴물'은 극영화의 요소가 훨씬 강하다. 그만큼 플롯이 치밀하다.

사카모토 유지 작가가 각본을 쓴 이 영화는 지난 5월 칸 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았다.

고레에다 감독은 7일 부산 해운대구 KNN 시어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두 소년(미나토와 요리)이 떠나면서 우리는 어찌 보면 버려진 것처럼 남게 된다"며 "그때 우리 어른들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생각해야 할 것인지 질문을 던지는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영화가 지난 4일 개막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초청되면서 고레에다 감독은 주연배우 구로카와, 히이라기와 함께 부산을 방문 중이다.

연출과 각본을 본인이 다 하는 경우가 많았던 고레에다 감독은 "이번 작품엔 평소 제가 써온 시나리오엔 없는 요소가 꽤 많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중 하나가 등장인물과 같은 시선으로 같은 사건을 체험하게 되는 관객들이 이 영화에 참여하는 기분을 갖게 되는 구조"라며 "제가 평소 써온 방식과는 달랐기 때문에 무척 흥미로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좋은 의미에서건 나쁜 의미에서건, 사카모토는 짓궂은 작가다. 관객에게 일부러 오해를 일으키는 장면들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며 "이 영화를 보다 보면 (오해가 풀리면서) 관객도 영화 속 등장인물들처럼 아이들(미나토와 요리)을 궁지로 몰았던 쪽에 있었다는 걸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한 사건을 세 사람의 서로 다른 시점으로 그렸다는 점에서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1950)도 떠올리게 한다. 관객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사건의 실체에 다가가게 된다.

고레에다 감독이 사카모토 작가의 각본을 접한 건 2019년이다. 이를 한 편의 영화로 만들기 위해 두 사람은 공동 작업을 했고, 이 과정에서 플롯도 많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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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괴물'의 한 장면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괴물'엔 미나토가 교장 선생님과 음악 교실에서 관악기에 바람을 불어 소리를 내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은 사카모토 작가의 각본에 쓰인 걸 거의 그대로 뒀다는 게 고레에다 감독의 설명이다.

그는 "제가 이런 걸 직접 각본에 쓸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하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었다"며 "사카모토 작가의 각본을 봤을 때 이 영화는 이 장면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란 생각에 가슴이 뛰었다"고 회고했다.

또 "사카모토 작가는 이야기의 핵심적인 부분에선 대사나 말에 의지하지 않는다는 점이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다"며 "이 영화에서도 관객에게 가장 전달하고 싶은 부분은 악기 소리로 표현했고, 정말 사카모토 작가다웠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세상을 떠난 세계적인 영화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가 이 영화의 배경음악을 맡았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고레에다 감독은 "사카모토 류이치와의 공동 작업에 관해 말하자면 끝도 없지만, 동시대의 창작자 중 정말 존경하는 두 분(사카모토 류이치와 사카모토 유지)과의 협업은 제게도 값진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카모토 류이치와는 직접 만나 대화할 기회는 없었다"며 "제가 편지를 보내면 그로부터 음악이 제게 오고, 그렇게 여러 번 편지와 음악을 주고받으면서 작업했다"고 덧붙였다.

깊은 울림을 끌어내는 연기를 펼친 구로카와 소야는 "감독님은 어떤 감정을 떠올릴 때 통증과 같은 감각적인 걸 생각해보라고 하셨다"며 고레에다 감독의 연기 지도를 회고했다.

그는 "예를 들면 무섭거나 어딘가에 들어가면 안 될 것 같다는 기분을 떠올릴 땐 너무 무서워 발끝이 움직이지 않는다거나 손발이 차가워진다는 느낌을 떠올리면 어떨까 하고 말씀해줘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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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괴물' 감독과 배우
(부산=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괴물'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구로카와 소야, 히이라기 히나타. 2023.10.7 mjkang@yna.co.kr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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