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범죄 동기로 게임 지목한 검찰…질병코드 도입 여부 논의는 4년째 공전
무패로 아시아 정상 오른 LOL 국가대표팀 |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폐막을 앞둔 올해 항저우 아시안게임(AG)의 볼거리 중 하나는 e스포츠, 즉 비디오 게임이었다.
사상 처음으로 정식 메달이 걸린 e스포츠 경기에 출전한 한국은 출전한 세부 종목 4개에서 모두 입상하며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라는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특히 개최국인 중국의 편파 운영 논란을 딛고 금메달을 딴 리그 오브 레전드(LoL) 대표팀, 직장생활과 프로게이머 활동을 병행하며 아시아 정상에 오른 김관우 선수의 이야기는 게이머는 물론 이번 AG에서 e스포츠를 처음 접한 이들에게도 감동을 줬다.
e스포츠는 2026년 열릴 아이치-나고야 AG에서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며 주류 스포츠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게임이 젊은 층 중심의 하위문화를 넘어 남녀노소 즐기는 당당한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가장 높은 곳에 태극기 |
하지만 게임산업을 '중독'과 '폭력성'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경향은 여전하다.
검찰이 지난 8월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 조선(33)을 구속기소 하면서 조씨가 '현실과 괴리된 게임중독 상태에서 범행했다', '슈팅 게임을 하듯 잔혹하게 범죄를 실행했다'고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물론 검찰이 범죄의 원인을 곧바로 게임 중독이라고 지목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게임 중독'을 이례적일 정도로 여러 차례 언급한 수사 결과 발표에, 평소 게임을 즐기던 이들은 졸지에 '예비 범죄자' 취급당했다는 불쾌감을 지울 수 없었다.
게임 업계에서도 한동안 이를 계기로 게임산업이 뭇매를 맞지 않을까 걱정하는 기류가 읽혔다.
모 게임에 대한 기사를 쓰려는데 '요즘 분위기가 안 좋으니 무기나 전투 요소를 너무 강조하진 말아달라'고 조심스럽게 부탁하는 게임사 관계자도 있었다.
애초 계획한 기사의 초점은 그런 쪽이 아니었지만, 그 말에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민관협의체를 통해 4년째 논의 중이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는 게임 이용 장애 질병코드 도입 여부도 이런 논의의 연장선에 있다.
게임산업(CG) |
일부 정신의학계를 중심으로는 WHO의 국제질병분류(ICD)를 따라 한국도 게임 이용 장애에 질병코드를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해서 내놓고 있다.
그러나 게임 과몰입이 질병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정신의학계 내에서도 견해가 엇갈린다.
게임산업에 대해 부정적인 중국 학계의 견해가 WHO의 질병코드 분류 과정에 과대 반영됐다는 주장도 있다.
질병코드 도입 시 예상 적용 시기는 2030년대로, 아직 논의할 시간은 남아 있다.
하지만 그 기간 질병코드 도입 여부는 전체 콘텐츠 분야 수출액 70%를 차지하는 한국 게임산업에 '리스크'로 남아 있을 전망이다.
다행히 게임의 유해성 논란을 접하는 국민들의 태도는 20여년 전과 크게 달라졌다.
당장 일부 슈팅 게임의 폭력 요소와 최근 빈발한 강력 범죄를 연관 지은 한 매체의 보도에는 '지나친 비약'이라고 지적하는 댓글이 여럿 달렸다.
지난해 말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청소년이 즐기는 모바일 게임의 선정성을 문제 삼아 이용 등급을 직권 상향하자 게이머들은 집단행동으로 항의하며 게임위의 비위 의혹에 대한 국민감사를 끌어냈다.
이런 변화의 원인은 무엇보다 어린 시절 게임을 즐기던 세대가 어느덧 사회생활을 하고 자녀를 양육하는 기성세대가 된 것이 크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취학 자녀가 있는 우리나라 부모 1천28명 중 59.3%는 자녀와 함께 게임을 즐긴다고 응답했다. 이는 2017년 조사의 43.9%와 비교하면 5년 새 15.4%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항저우AG를 계기로 게임에 대한 관심이 커진 지금, '유해성'이라는 프레임을 걷어내려고 노력하는 업계와 게이머들의 노력이 빛을 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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