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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톡]방송콘텐츠 이용료 기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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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권혜미 통신미디어부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특별한 '주문'을 했다.

과기정통부는 최근 IPTV 사업자인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3개 회사에 대해 2030년까지 7년간 재허가를 결정했다. 단 조건을 붙였다. 유료방송 시장의 공정하고 합리적인 콘텐츠 사용료 배분을 위해 객관적 데이터를 근거로 한 콘텐츠 사용료 산정 기준과 절차를 마련해 공개하라는 것이다.

우리는 방송 콘텐츠를 케이블TV·IPTV·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플랫폼을 통해 수신한다. 유료방송은 지상파, 종편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CJ ENM 등 콘텐츠 사업자 프로그램을 시청자에게 전달하고 수신료를 받는다. 이의 일부를 지상파에 재송신료(CPS)로 주고, PP에 프로그램 사용료로 지급한다. 여기서 콘텐츠 이용료 적정 규모를 둘러싸고 사업자들 간 매년 지리한 소모전을 벌이고 있다. 송출 중단은 물론 소송전까지 불사한다.

대립이 반복되는 근본 원인은 하나다. 국내 유료방송 시장에는 콘텐츠 가격을 정하는 원칙과 기준이 없다.

정부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과기정통부를 통해 콘텐츠 대가산정 기준을 정하기 위한 라운드테이블이 마련됐지만 방송통신위원회 소관인 지상파, 종편PP가 회의에 불참하면서 논의 실효성 문제가 대두됐다. 방송시장 재원 가운데 지급 비중이 큰 지상파와 종편을 제외하고 콘텐츠 대가산정 가이드라인을 논의하는 것은 무의미한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기정통부가 IPTV 사업자에 데이터 기반의 배분 기준안을 마련하라고 나선 건 환영할 만하다. 이제 공은 방통위로 넘어갔다. 방통위가 라운드테이블 내 지상파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침 이동관 방통위원장의 결심도 보인다. 이 위원장은 IPTV 3사 대표를 만나 지상파와 다른 방송의 콘텐츠 사용 대가가 공정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며 필요할 경우 방통위가 조정 또는 중재 역할을 맡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지상파는 공익성, 콘텐츠 투자 등 우리 방송시장을 이끌어왔다. 앞으로도 리더 역할을 해야 한다. 전체 방송생태계를 위해서도 지상파가 위기를 넘어 새롭게 도약하길 바란다. 다만 각 사가 콘텐츠에 얼마를 쓰고, 얼마를 받을지 깜깜이인 와중에 라운드테이블 참여 의무도 없다면 지상파가 얼마나 긴장감을 가질지는 물음표다.

'K콘텐츠' 전성시대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 합리적 콘텐츠 사용료 배분으로 콘텐츠 시청 데이터, 시청자 만족도, 콘텐츠 투자 규모 등이 명확해질 때 사업자가 콘텐츠 사업을 더 적극적으로 펼칠 수 있지 않을까. 길을 열어주는 것은 정부 몫이다. 객관과 권위를 담은 콘텐츠값 기준을 마련하자. 과기정통부 주문에 이제 방통위가 답할 차례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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